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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May 21. 2022

그림, 위로가 되다

장르화_뭉크, 캐리엇


Edvard Munch_Towards the forest II (1915)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한 채 서서 숲을 바라보고 있다. 높은 하늘은 푸르르고 숲은 울창하며 풀밭이 녹색 카펫처럼 깔려 있고, 은 서로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서 뺨을 맞대 시선을 같은 방향에 두고 있다. 흰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의 몸이 상대방에게 조금 더 기울어 있어, 한쪽 어깨를 기대고 살짝 안겨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숲은 생명일까? 마치 넘실대며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작품에서는 이 두 사람을 연인이라 소개하고 있지만 나는 검은 옷의 노파가 옷의 젊은 여인을 위로해 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할머니가 손녀를 다독이며 달래주는 모습처럼.


뭉크는 불안과 절망을 그린 우울한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위로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의 위로는 불안과 절망, 우울을 내포하고 있기에 더욱 절실하고 진솔하. Consolidation 이란 주제로 그가 그린 작품들을 보면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만히 서로를 끌어안아주고 있다. 여러 작품들이 모두 좋지만 그중에서 Towards the forest II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죽음이 삶을 위로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늙은 노파는 죽음과 가까이 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파가, 죽음의 그림자를 길게 입고 생명의 숲을 바라보며, 힘내라고 슬퍼도 죽는 날까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나직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나는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이 그림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 어느 날엔 며칠이고 이 그림을 없이 보기도 했다. 살고 싶다는 생각 들 때까지...


뭉크의 그림을 보면서 항상 같이 보는 그림이 있다. 위로 에는 희망이 필요하니까. 아래 캐리엇의 그림이다. 숲에는 밝은 빛이 가득하고 등장인물 또한 뒷모습이 아니고 관람자를 향해 있다. 그들은 생명인 숲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숲 속에 들어와 생명과 하나 되어 거닌다. 찬란히 빛나는 햇살은 풍성한 나뭇잎을 통과하면서 그들이 걷는 대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밝게 빛나는 희망이 나에게 손을 내민다.

"함께 걷지 않을래?"


Gustave Camille Gaston Cariot_Georgenborn sous bois (1932)


 [뭉크/캐리엇] 그림 출처 : Museo del Prad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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