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좋아지면 무뚝뚝해지는, 누가 안아주면 굳어버리는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소은성 작가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올해 브런치에서 '어색하지 않게 사랑을 말하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에세이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출간한 도서출판 흔에서
근사한 사진과 날카로운 편집을 통해
작지만 단단한 책으로 엮어주셨습니다.
겨우내 마음이 추울 때 한 챕터씩 읽어내리셔도 따스해질 것 같구요.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분에게 선물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쓸쓸해지는 나에게 주는 선물로도 좋을 것 같아요.
책은 크로스백에 쏙 들어갈 만한 작은 판형이고 종이도 가벼워서 저는 겨울여행 내내 지니고 다니려해요.
“뻔한 마음은 없어요, 뻔한 표현이 있을 뿐.”
속마음을 숨기고, 무덤덤한 척하고, 적당한 말들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정작 진짜 마음을 주고 싶은 상대 앞에선 아이처럼 서툴다. 어딘지 어색하고, 어딘지 불편한 대화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오해될까 걱정하기 바쁘다.
어쩌다 우리는 솔직하고 다정한 말들을 좀처럼 주고받지 않게 됐을까. 어떻게 해야 나의 말은 ‘너’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자꾸만 미끄러지는, 놓쳐버리는, 흩어져버리는 마음을 어떻게든 전해주고 싶었던 한 칼럼리스트가 상대에게 닿을 수 있는 언어에 대해, 다정한 태도에 대해, 사랑을 말하는 방법에 대해 발굴하듯이, 탐험하듯이, 채집하듯이 써 내려간 책이다.
나의 말들로 상대가 멋지고 아름다워지도록,
마음이 산뜻해지도록,
대화가 찬란해지도록.
당신이 만약 누군가 좋아질수록 무뚝뚝해지는 사람이라면, 누가 안아주면 돌하르방처럼 굳어버리는 사람이라면, 종일 대화를 나누고도 집에 오는 길이 허전한 사람이라면 이것 하나는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그대로 고여 있다고, 진짜 마음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고,
이 쓸쓸한 세계를 견디는 방법은
솔직하고 다정한 말들을 낮밤으로 곱씹는 것뿐이라고.
-북마스터의 글
책에 담긴 글은 오래 전부터 드문드문 써온 일기가 뿌리이지만,
무성한 가지와 이파리들, 그리고 튼튼한 기둥은 이번 여름 몇 달 동안 브런치에 집중해서 쓴 것들이에요.
오래 간직한 상처를 쓸 때는 마음이 저리고 실제로 몸이 아파서 며칠 누워 있기도 했어요.
심지어 대상포진에 걸려서 골골 앓은 적도 있답니다.
*
그런 순간에,
'이 소재는 내가 더 건강해지면 써볼까' 게을러지려던 순간에,
'딩동' 하고 알림음이 울렸어요.
브런치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써주신 공감과 응원의 댓글이었어요.
그것들을 세번이고 네번이고 소리내어 읽으면서, 용감해지려고 애를 써 봤습니다.
신기하고도 기뻤어요. 나는 그냥, 그저 감추고 싶은 마음들을 헤집고 펼쳐놓았는데
그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또다른 용기가 될 수 있어? 글쓰기는 너무 행복한 일이구나! 하구요.
고맙다는 말을 꼭,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두 눈을 바라보고 말하고 싶었어요.
'당신의 응원 한 줄이 얼마나 귀한 건 줄 알아요? 그러니, 건강하고 행복하셔야만 해요.' 하구요.
정말로, 아주 많이, 고마웠습니다.
엄마의 고통에 관한, 친구를 미워하는 마음에 관한, 국제부부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에 관한,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1등을 하고 싶어 난리를 치는 고단한 나 자신에 관한, 고통을 외면하려 음식에 탐닉한 부끄러운 나에 관한, 모든 두려움과 고통과 설렘과 긴장으로 잠 못이루는 밤에
그 댓글들을 다시 한참을 바라보곤 했어요. 친구가 바라봐 주는 것처럼 힘이 났습니다.
저는 겨우내 남프랑스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걸을 거에요. 모두 따스한 겨울 보내세요 또 만나요:)
유랑을 하든 장사를 하든 방황을 하든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든 그 모든 삶이 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만으로 몹시 행복하다. 이제는 안다. 특별한 순간만이 글이 되는 건 아니다. 사소한 순간을 오래 바라보면, 그건 글이 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