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자의 가방을 뒤져보자

알차고 정확한 취재를 위한 도구들 A-Z

by 소은성

어느날 여행 에디터 클래스 수강생이 물었다.

“취재 갈 때마다 보부상처럼 주섬주섬 짐을 챙겨간다”고 하셨잖아요. 커다란 배낭을 보고 놀랐는데요. 보통 포토그래퍼의 짐만 많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선생님 가방에는 어떤 것이 들어있나요?

그게 궁금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뒤져 보았다.


랩탑 컴퓨터

2시간짜리 인터뷰에도 1박 2일 여행기사 취재에도 늘 나와 함께 했던 보물. 그런데 의외로 ‘노트북을 추천해 달라’는 학생도 있어서 놀랬었다. 직장인일 때는 회사 컴퓨터로 충분했는데 프리랜서가 되려니 어떤 기종을 사야할지 막막하다는 것. 나의 프리랜서 첫 노트북은 작고 가벼운 넷북이었다. 마지막 월급에서 샀다. 한창 글쓰기를 연습하던 시기라 버스 안에서도 버스를 기다릴 때도 늘 뭔가를 쓰고 있었기에 ‘가벼움’이 관건이었다.


간혹 인디자인이나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기자도 있다. 내 주변 기자들은 그닥 쓰지 않는다. 워드와 한글, 파워포인트, 간혹 엑셀 정도만 열리면 된다고 한다. 현재는 작업실 용으로는 맥북 에어를 취재용으로는 좀더 가벼운 LG그램을 사용한다. 후자는 가방에 넣고 잊어버릴 정도로 가벼워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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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할 때 수첩과 녹음기만 지니는 기자도 많은데 나는 랩탑을 선호한다. 인터뷰 대상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것이 모토이므로 인터뷰 내용을 적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시선 처리가 쉬워서다. 인터뷰를 어색해하는 인터뷰이에게도 이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펜과 수첩

초보기자 시절 가방을 바꿔오는 바람에 매체 담당자에게 “저, 펜 있으세요?” 물은 적이 있다. 들고간 책의 삽지에 미팅 내용을 메모 하는데 얼마나 부끄럽던지.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데 “군인이 총을 두고 오다니...” 싶어 얼마나 화끈거리던지.


그 후로 가방, 주머니, 화장품 파우치에까지 펜을 여러 개 넣어둔다. 산과 들과 바다를 뛰어다니며 여행취재를 할 때 필기도구는 필수였다.


특히 여행 취재 때는 손에서 펜과 수첩을 놓지 않는다. 자료는 브로셔, 책자 등을 가져오면 되지만 순간의 단상은 적지 않으면 휘발되어 버린다. 베테랑 기자라면 취재와 동시에 기사의 구성을 잡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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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장에서 제목과 첫문장, 마지막 문장 등을 적어 올 때도 많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거나 더 섭외해야 하는 사람 등을 메모해서 기억하기도.


수첩은 줄이 그어진 것으로 한 손에 쥐어지도록 세로가 긴 것, 펜은 뚜껑이 없이 눌러서 사용하는 것으로 3색 볼펜을 선호한다. (빨간색은 교정교열시 자주 쓰므로 늘 빨리 닳아버린다)


생각의 속도대로 유연하게 필기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잃어버리더라도 질좋은 것을 산다.



여행용 크로스백

여행 취재시에는 물건을 넣고 빼기 쉽도록 크로스백을 늘 메고 다닌다. 자동차로 이동시에는 고속도로 톨비를 내기 위해 지폐와 동전도 넉넉히 챙겼었다. 펜, 지갑, 수첩, 스마트폰, 현장에서 받은 종이자료 등을 수시로 넣었다 빼야 하는데 백팩이나 숄더백은 불편하더라. 여름철에는 생수병이나 3단 우산이 들어갈 정도로 수납공간이 넉넉한 것을 고른다. 가방 곳곳에 크고 작은 주머니가 있는 게 편리하더라.


스마트폰

가장 최신 기종으로 쓰는 편. 인터뷰 녹음할 때 녹음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을 선호해 일찍부터 (녹음이 잘되는) 아이폰 3부터 사용했다. 녹음기를 꺼내면 꺼림직해 하는 인터뷰이도 있었는데 늘상 보는 전화기를 놓으면 덜 어색해 하더라. 요즘에는 예전 스마트폰과 지금 스마트폰으로 이중 녹음을 한다. 자료가 날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증이 있다.


요즘은 수첩 메모대신 사진으로 찍는 경우가 많아 용량이 넉넉한 것이 중요. 가격표, 여행 정보 등도 모조리 찍어둔다. 메모는 틀릴 수 있지만 사진은 정직하므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취재 현장을 공유하는 기자들도 많아서 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 지방 취재시 든든한 배터리도 필수. 녹음, 촬영 등 스마트폰 쓸 일이 정말 많다.


핸즈프리 이어폰

전화로 길게 미팅할 때, 섭외 전화할 때(섭외 문자를 날린 뒤 언제 콜백이 올지 모르므로 늘 긴장), 특히 전화인터뷰를 할 때 요긴. 핸즈프리로 통화하면서 두 손으로는 인터뷰 내용을 한글 파일에 적어 내려간다. 가끔 취조하는 형사가 된 기분이다! 질문을 계속 하면서 샅샅이 적어내려가니까!


피로회복제

알약으로 된 것, 마시는 것 등을 두루 구비. 작업실에 한 박스 쌓아놨다가 마감하는 동료 책상에 얹어두기도 하고. 들고 나가 피로에 쩔은 사진작가에게 주기도 하고. 특히 시장 취재를 할 때에는 현장에서 상인분들께 건네며 사진 촬영 협조를 받거나, 여러가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매우 좋아하시더라.

개인적으로 나의 최애템은 ‘황력’. 밤샘 마감 끝나고 마셨는데 넘 쌩쌩해져서 한잠도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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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자유기고가도 명함 필수. 매체 명함은 해당 매체 촬영시 10장 이상 챙겨간다. 섭외 안 된 곳에서 급하게 섭외해야 할 때 명함은 요긴.


해당 매체의 과월호 잡지

특히 여행 취재시에 요긴하다. 오일장 취재를 다닐 때는 사진 작가 뒤에서 들고 다니며 시장 어머님들의 관심을 샀다. “6시 내고향 팀 아니여?” “아이고. 저희는 더 잘나가는 책이에요” 했다. 덕택에 사진을 찍거나 인터뷰를 따기 수월했다.


취재 현장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구구절절 설명할 틈이 없다. “안녕하세요. 000 잡지라고 아세요?” 소개하는 순간 취재원은 손을 내저을 수 있다. “안 해요~” 눈에 보이는 실물로 공략해야 한다. 그러면 신뢰도가 생긴다. 이미 섭외 완료된 인터뷰를 할 때도 꼭 챙겨간다. 만나자마자 보여드리면 함께 훑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하기 쉬워진다.


지퍼백

여행 취재를 갈 때 크기별로 챙겨간다. 브로셔, 지역신문, 티켓 등의 종이자료는 물론 계산한 영수증이 쌓인다. 작게는 생수값과 톨비까지 자잘한 영수증이 정말 많다. 지퍼백에 넣어두면 한 장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초콜릿과 캔디

아아...기자는 정말 당 떨어질 일이 많다. 장시간 인터뷰나 미팅 후 지칠 때 한 조각 먹는다. 취재가 바빠 식사를 거를 때에도 좋다. 전에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떼우기도 했는데 취재 4개를 하루에 하던 날, 두 끼를 편의점에서 떼우고 질려버린 뒤 절대 먹지 않는다. 초콜릿이나 우유로 간단히 허기를 달랜 뒤 집에 가서 정말 잘 차린 한끼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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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

가방에 챙기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필수품. 나 뿐 아니라 촬영 후 ‘맥주 한 캔’ ‘지역 막걸리 한 병’ 등 자기만의 취재 후리추얼이 있는 분들이 있더라. 유독 힘든 취재를 마친 날 버스 정류장에서 못 참고 한 캔 한 적이 있다. 빨대를 꽂아 마시는 순간 십년 못 본 고등학교 동창을 마주쳤다. “사는 거 힘든가 보다...”하며 힘들 때 전화하라 했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데...왜 하필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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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매일 글을 쓰고 글을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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