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글레터: 매주 수강생들께 보내는 이메일입니다
작년과 올해, 우리는 참 고독했지요. 고독이 장려되는 시절이었습니다.
어제 오늘은 백신 접종 행렬을 바라보면서, 이 고독의 시기가 종료될 때를 상상하게 되었는데요.
어쩐지 우리가 경험한 고독을 제대로 된 수용 없이 날려보낼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매일 몇 가지의 루틴을 세우고 극심한 고독 속에서 그것들을 지켜가며 방안에서의 생활을 버틴 친구들을 압니다.
그 시간들이 우리의 일상과 글쓰기를 위한 현명한 도구로 삼아 더 잘 살아가기를 꿈꾸어 봅니다.
글쓰기의 고독에 대한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문장으로 이번주의 인사를 남깁니다.
우리는 집 안에서 혼자다. 집 밖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집 안에서는 혼자다. 공원에서라면 새들이 있고 고양이들이 있다. 어떨 땐 다람쥐가 있고, 흰족제비도 있다. 공원에서는 혼자가 아니다. 하지만 집 안에서는 때로 길 잃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혼자다. 그 시간이 어땠는가?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노플르샤토의 고독은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나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오로지 이 집 안에서만 혼자라는 점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이전까지 써 온 것과 다르게 쓰기 위해서였다.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한 번도 마음먹어 본 적 없는, 그 누구도 마음먹어 본 적 없는, 그런 책들을 쓰기 위해서였다. (...)
고독은 만들어진 상태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고독은 만드는 것이다. 아니, 저절로 만들어진다. 나는 그렇게 했다. 이곳에 혼자 있어야 한다고, 책을 쓰기 위해서 혼자여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랬다. 이 집에서 혼자였다. 집 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다.
2021년 6월 18일
프랑스에서 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