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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Aug 26. 2021

직업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내 직장인 친구들은 그들의 회사생활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프리랜서인 내가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는데, 특히 그들의 연인들만큼이나 소상하게 들었던 상사 이야기가 늘 인상적이었다. 얼굴 없는 그들은 내 머릿속에 일은 잘하지만 성격 나쁜 사람과 성격은 좋지만 일은 못하는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일 잘하고 성격 나쁜 게 일 못하고 착한 것보다 훨씬 낫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일을 잘하는 건 무엇이고 못한다는 건 무엇인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여전히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이 여태껏 말해준 많은 정보를 끌어다 모아도 내게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표본을 알고 싶었는데, 한 명 한 명 심도 깊은 대화를 하며 구체적인 이미지를 끌어내지 않는 이상,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는 알기 어려웠다. 사실 사람들마다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고, ‘일 잘하는 사람’이란 표현이 상당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십여 년간 작가로 일하면서 느낀 바를 토대로 나만의 정의를 만들어보게 됐다. 내게 ‘일 잘하는 사람’이란 바로 능숙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고, 일을 능숙하고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은 그 일의 특성과 본질을 잘 파악했다는 뜻이다. 운동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군더더기가 없고 간결한데, 그건 그들이 어떤 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농구 선수의 드리블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몇 번 안 되는 동작으로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끌고 간다. 장인들도 굉장히 쉽게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년간의 훈련을 통해 필요한 동작만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종류의 일들도 잘 알면 알 수록 능숙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떻게 좀 더 빨리, 편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고, 이에 대한 대화도 많이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시도해봐야 자신에게 맞는 일의 방식을 찾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시간을 무작정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이 다양하게 필요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나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십여 년 동안 매일같이 도예 작업을 해왔는데, 열심히만 해서는 일이 느는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내 작업에 있어서는 괄목할 만한 성취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실수를 했고 비효율적으로 일을 해왔다. 조금만 더 머리를 쓰면 훨씬 편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도자기를 만들 때, 내 왼편에는 흙덩이를 놓고 전방에는 도구, 우측에는 완성된 도자기를 올려둘 나뭇판을 둬야 하는데, 그렇게 배치하는 게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뒀었다. 그리고 도자기를 납품한 후에는 거래처에 인보이스를 보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인보이스 양식을 만드는 게 귀찮아서 매번 다른 양식을 만들어서 보내곤 했다.

이렇게 적기 민망할 정도로 비효율적으로 일해온 이유는 오직 하나, 순전히 게을렀기 때문이다.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성실히 일하니까 괜찮다는 거짓 위로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몇 년 전에 어머니로부터 ‘넌 그냥 마냥 이러고 있는 게 좋은 거야!’라는 뼈아픈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다.


나의 이러한 소극성, 게으름에 대해 자각하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고, 지금은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 중이다. 주변 동료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따라 하기도 하고, 다른 분야 종사자들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왜 이제야 이렇게 능동적으로 일을 하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뒤늦게 얻은 깨달음 때문에 즐거울 때가 더 많다. 일에 대한 내 태도가 바뀌면서부터 업무 능력이 놀랍게 향상했고, 직업생활의 만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반 급훈이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였는데, 요즘 유난히 더 많이 생각난다. 



by 원 


소글매거진

소글워크숍 중에 초고를 쓴 뒤 발전시켜 완성한, 수강생들의 원고를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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