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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May 24. 2018

제목 잘 뽑는 법, 키워드를 살려라

‘제목은 글의 얼굴’ 잘 생겨야 사람들이 읽는다

어그로 끄는 법, 관종의 글쓰기 Ⅲ.



소개팅을 나가면 상대방에게서 제일 먼저 뭐가 보이나? 얼굴이다. 글을 읽으려 할 때는 제일 먼저 뭐가 보이나? 제목이다. 그렇다. 글에서 제목은 사람의 얼굴과 같다. 제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몇몇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은 얼굴로만 평가하지 말고 내면을 봐야지! 외모지상주의 난 반댈세!’ 그런데 글을 놓고서 ‘제목이 구려도 내용만 좋으면 돼!’라 우길 경우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물론 사람을 평가할 때 얼굴이 전부일 리는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와는 달리 제목이 별로인데 글을 읽어봤더니 매우 좋더라는 식의 평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제목이 나쁜 순간 그것을 사람들이 읽을 확률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확률은 정말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람의 외모야 얼굴에서 시선을 조금만 내려 다른 걸 곧장 볼 수 있으나 글은 그렇지도 않다. 책은 표지를 펴야 하며 온라인 매체는 제목을 클릭해야 본문의 확인이 가능하다. 그만큼 ‘어그로 끄는 법 관종의 글쓰기’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그럼 뭘 어떻게 써야 독자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핵심은 여러분이 글을 써서 보여주고 싶은 키워드에 있다. 이에 관해 몇 가지 팁을 준비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핵심 키워드를 살려야 한다     


‘토끼와 거북이’, ‘두루미와 여우’, ‘아기돼지 삼형제’. 동화책 제목의 흔한 형태이기는 하나 아주 멋진 제목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요 인물이 누구인지는 안대도 그래서 저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내용을 펴기 전에는 짐작조차 못 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화의 제목이 이처럼 단순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저 동화의 제목들이 다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바가 아니니 오해 말자)     


어그로를 끄는 제목이 되기 위해서는 더한 뭔가가 필요하다. 적어도 저 인물들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가 앞으로 무엇을 읽게 될지 최소한의 기대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굳이 위 예시에 그러한 중심내용을 추가한다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두루미와 여우의 저녁식사’, ‘아기돼지 삼형제의 집’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제목에다 키워드 살리기는 이 정도로 우선 출발해도 충분하다.     


키워드 삽입하기는 특히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많이들 검색하는 낱말이 제목의 앞쪽에 위치할수록 검색목록 상위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포스트의 제목으로 ‘슈퍼골 파티가 터진 부천 vs 서울이랜드 직관 후기!’라 쓰지 않고 ‘부천 vs 서울이랜드 직관 후기! 뜻밖의 슈퍼골 파티!’라 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이 슈퍼골 파티라는 생소한 표현보다는 부천 그리고 서울이랜드라는 일반적인 명칭을 검색할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사람의 얼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조건이 뭔가? ‘아, 그냥 사람의 얼굴이구나’ 하는 것 이상으로 보는 이의 기억에 남을 만한 매력 포인트가 존재해야 하지 않나? 제목도 그렇다.      


??? : ... 죽... 여... 줘... @_@


이유 없이 너무 길면 피곤하다     


그렇다고 이 키워드 저 키워드 다 집어넣느라 제목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져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많대도 그랬다가는 읽으려는 이들이 시작도 전에 피로감을 느낀 채 돌아가버린다. 투머치토커를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한번 상상해보라. 글도 제목도 똑같다.     


제목이 길어져 문제가 생기는 예시야 참 다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최악의 사례는 아래 글자들일 거다. 

    

‘○○디제이 / ○○디제이학원 / ○○DJ / ○○DJ학원 / ○○취미 / ○○취미생활 / ○○디제이레슨 / 디제이레슨 / ○○DJ레슨 / DJ학원 / □□ / ○○디제이연습실’     


이게 제목이라면 믿어지겠는가? 이는 가독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갖가지 형태의 키워드만 최대한으로 나열한 경우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검색돼보려고 한두 낱말만을 복제해서 말이다.     


위 예시에서 굳이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시에서 취미로 DJ 레슨을 수강할 수 있는 연습실 겸 학원 □□’밖에 없다. 극히 단순하다. 무슨 음악을 배우는 곳이며 이 공간의 특징은 뭔지 이곳에서 배우면 무엇이 좋은지 따위의 정보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렇게 했을 때 결국 검색은 될지 몰라도 경제적 또는 효율적인 면에서는 많이 떨어지는 제목임이 분명하다.       


이 모양새를 얼굴에 비유해볼까? 마치 같은 브랜드의 목걸이, 귀걸이, 코걸이, 피어싱,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귀마개, 헤드셋, 스카프, 넥워머까지 한방에 치장하느라 정작 맨얼굴이 전부 가려진 꼴이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식의 자세는 제목을 쓸 때만큼은 부디 피하자. 뭐든 적당히 보여줘야 유혹도 된다.      


세 시간 남짓 하는 프로야구 한 경기를 한 문장으로 벌써 다 본 Yo 느낌적인 느낌... ★


추상적인 주제보다 구체적인 에피소드     


이제 제목을 지을 때 키워드가 중요함을, 그렇다고 너무 썼다가는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라는 점도 알았다. 그러면 이 둘을 지켜가며 쓸 때 어떻게 해야 여기서 더 나아가 맛깔나게 써먹을 수 있을지를 배워볼 차례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주제보다는 오히려 해당 주제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자극적이고 구체적인 녀석 하나만 끌어올려 제목으로 써먹는 편이 낫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예시는 스포츠 기사의 제목에서 흔히 드러난다. ‘9회 5득점 빅이닝 KT, KIA에 천금의 대역전승’ 같은 류의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걸 정말 심심하게 쓸 경우 ‘KT, KIA에 9-8 승’으로 그냥 끝난다. 이렇게 해서는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 양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이 경기가 역전승으로 끝났다는 팩트를 제시했고 여러 경기 내용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 즉 KT가 9회초 5득점으로 스코어를 4-8에서 9-8로 뒤집은 하이라이트를 내세웠다. 기사 제목 한 줄만으로 이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게 끝났는지를 제대로 담아 흥미를 끈 것이다.     


꼭 기사에서만 이런 방식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국제결혼 부부의 의사소통을 주제로 글을 쓴다고 가정해보자. 의사소통이라는 한 주제 내에서 파생되는 별의별 이야깃거리들이 있을 거다. 신기한 점이나 어려운 점 등등. 하지만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역시 싸움구경이 아닐까? 그래서 ‘국제커플은 어느 나라 말로 싸우냐고요?’가 하나의 제목이 될 수 있다. 충분히.     


한편 넓디넓은 인터넷 세계에는 생각보다 지극히 단순한 제목들이 많다. ‘날씨가 좋은 연휴를 보냈네요’‘아기세제 탁월한 선택했네요’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행복하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너무 심심하잖아! 오늘의 하루를 주제로 일기를 쓰더라도 그 중 가장 임팩트가 컸던 사례 하나만 골라 내놔보자. 그게 곧 훌륭한 제목이 될지니.     


소개팅을 나가 이상형을 물을 때 “박력 있는 남자/여자가 좋아요”보다는 “옷 찢어주는 남자/여자가 좋아요”가 (좋든 나쁘든) 훨씬 임팩트가 크지 않나? 제목에도 이런 디테일을 담으면 도리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정확히 말하는 것보다 확 산다.          


디테일한 표현의 중요성을 알리는 예.gif


지금까지 제목을 잘 뽑아내 어그로를 끄는 법에 대해 정리해봤다. 매우 친절하게도 3줄요약을 첨부한다.   

  

▲ 글의 중심 키워드를 찾자. 

▲ 무작정 나열하지는 말자.

▲ 양념이 될 만한 디테일을 써먹자.     


이 세 가지만 지키며 연습하다보면 여러분도 분명 괜찮은 ‘프로제목러’ 관종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목 자체에 유머 등 글의 분위기를 녹여내거나 △제목에 약간의 운율을 더해 읽는 맛을 추가한다면 더욱 좋다. 기본기를 어느 정도 마스터한 후 센스를 덧붙여 앞에서 말한 개인기도 연마해보자. 할 수 있다. 커몬!



〈어그로 끄는 법, 관종의 글쓰기〉 글 | 니스 '더 글리에이터 The Geuliator'

글쓰기를 축구로 시작해 메이커프로레슬링을 갖고도 이것저것 써나가고 있다. 헌데 내 지인들은 축구에도 메이커에도 프로레슬링에도 관심 없고 오로지 “나 글쓰기 교육이나 좀 시켜줘라” 하는 거다. 그래서 출발선을 끊었다. 어쨌든 이런저런 덕질 다 하더라도 모두 글쓰기로 해왔고 결국은 이게 나랑 가장 잘 맞겠구나, 해서. 확 그냥 유튜브도 열어버려?

https://www.instagram.com/nice_jangzziway/

junnislj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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