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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May 31. 2018

첫 문장 잘 쓰는 법 = 사람 몰입시키는 법

첫 문장이 구린 순간 사람들은 뒤로가기를 누른다

어그로 끄는 법관종의 글쓰기 .



첫 문장 잘 쓰는 법에 대해 첫 문장을 쓰려니까 첫 문장을 뭐라고 써야 할지 솔직히 나도 적절한 첫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쓴다. 첫 문장이 있어야 글쓰기도 시작하니까!


시작이 절반첫 문장에도 통해


독자들 입장에서 첫 문장은 글을 읽기 위해 제목 다음으로 넘어가는 두 번째 관문이다. 제목은 그냥저냥 쓰더라도 넓은 아량 덕분이든가 혹은 손가락이 미끄러졌든가 해서 클릭할 수는 있다. 허나 그렇게 조회 수가 올랐다 하더라도 첫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들은 가차 없이 뒤로가기를 누른다. 어찌 보면 첫 문장의 중요성이 제목의 그것과 같거나 그 위라고까지 주장할 수 있는 이유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고.


간단히 말해 “조금 봤더니 별로야” 하면 다들 곧바로 접어버리는 게 요즘 세상이다. 글도 영상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대부분 돈 주고 사서 보느라 돈이 아까워서라도 인내해서 끝끝내 끝을 봤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여러분이 지금 내 글을 결제하고서 읽나? 아니잖아. 때문에 초장에 사람을 사로잡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수인 시대가 왔다. 그래야 유튜브를 하는 이들에게는 광고수익이 생기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보람을 얻는다.


그럼 첫 문장을 잘 써서 이 사람이 내 글을 끝까지 읽게 하려면 어떤 원칙들을 지켜야 할까? 좋은 첫 문장을 쓰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더 있겠으나 우선 세 가지만 챙겨본다.


정석적인 & 가장 기본에 충실한 도입부 ⓒ아시아경제, ⓒ스포츠니어스


전체적인 화두 제시하기


첫 문장의 기본은 읽는 이들에게 ‘아, 얘가 ○○에 관해 얘기해주겠구나.’ 정도쯤은 일러주는 거다. 영화로 치면 예고편인 셈이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지 요점만 담아 살짝 톡 흘려줄 때 독자들은 읽고 싶은 내용인지 아닌지를 먼저 파악하고 남은 글자들을 마저 보러 갈 마음을 다잡는다.


이를 가장 잘 지키는 쪽은 단연 기사다. “[공시+]대한광통신,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률 109.77% 기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첫 문장이 이렇다. “대한광통신이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 ‘완판’에 성공했다.” 이 기사를 읽을 사람들이 최소한 꼭 알아야 할 중심 팩트가 이렇게 (제목보다 짧은) 한 문장으로 결단난다. 그들에게 남은 과제는 저 문장을 뒷받침할 나머지 육하원칙들을 찾아 편안히 스크롤바를 움직이는 일뿐이다. 이 정도만 할 줄 알면 여러분도 첫 문장을 잘 뽑는 사람이다.


이보다 더 짧게, 긴 말을 섞지 않고 한 방에 쿵 화두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칼럼 “‘권창훈 부상’ 디종은 잘못이 없다”의 첫 문장은 다음 여덟 글자가 전부다. “권창훈이 쓰러졌다.” 이거 하나만으로 ‘이 기자가 권창훈이 쓰러진 얘기를 하겠구나.’라고 충분히 알 수 있다. 단순히 ‘다쳤다’가 아닌 “쓰러졌다”를 택함으로써 일어서지 못할 만큼의 심각한 부상임을 간략히 효과적으로 드러낸 점 또한 기자의 센스라 칭찬할 만하다. 뒤이어 오는 “결국 권창훈이 심각한 부상을 당해 꿈의 무대인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갈 수 없게 됐다.”는 확인사살 격 사족이다.


다만 첫 문장만으로 전체를 파악하도록 주는 형식이 과할 만치 친절할 경우 그거만 갖고서 글을 이미 다 읽었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타파할 또 다른 방법을 소개한다.


캬... 이것이 어그로다. ⓒ장작가, ⓒ디에디트


궁금증 확 자극시키기


바로 위의 것과 달리 아예 완전히 궁금해서 미치고 팔짝 뛰게끔 만드는 일이다. 이런 말을 왜 했는지 다 읽어서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먹게 말이다. 정상적인 과정과 정반대되는 역설적인 문장이나 정말이지 뜬금없는 상황에 관한 문장 따위를 맨 위에 띄워 올리면 딱이다. 이게 진정한 어그로다!


전자에 대한 예시(“설렘의 다른 말, 두려움”)는 이거다. “우리가 만난 지 이틀 째, 나는 당신과 헤어지고 싶어졌다.” 충격적이다. ‘아니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왜 헤어져?’ 이유를 찾고 싶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후자에 대한 예시(“2년차 미디어 스타트업, 모든 것이 지쳤다”)를 볼까. “우리 한 달 동안 사무실을 옮기려고 해.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서 일하고 올 거야.” 흠칫 놀란다. ‘사무실 이사 가는구나. 알겠어. 그런데 어디? 포르투?’ 까닭을 알아야겠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왜 천만 명이나 봤는가.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때문 아니었는가.


다만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묵직한 질문을 초반에 던져 독자들한테 파고들게 했으면 그 심연 아래에 답이 있어야 한다. 두 예제는 모두 본문 속에 왜들 저랬는지 납득할 분명한 이유가 나온다. 그게 없이 자극적인 문장을 일단 써갈겨놓고 보자는 식이면 곤란하다. 기껏 답을 찾았더니 그 답이 노답이라면? 그건 매우 나쁜 낚시질에 불과하다. 떡밥을 풀었으면 해결을 해야지, 회수하지 못하는 떡밥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첫 문장을 보자마자 그림이 떠오르지 않나? 당장 읽고 싶다! 사실 나도 아직 안 봤거든. ⓒH군


이미지·분위기 새기기


본격적인 썰 풀기에 앞서 어떤 시간적·공간적 배경인지 또는 무슨 상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지를 귀띔해주며 들어가는 방식도 있다. 이를 영화에 비유하면 본편 상영이 시작된 직후의 첫 5~10분쯤일 게다. 〈데드풀〉 시리즈같이 유쾌하고도 피 냄새 그득하게 보여줄 수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처럼 마냥 웃으며 보려던 관객들을 얼어붙게 어필할 수도 있다.


이를 글로써 잘 나타내려면 묘사가 좋아야 한다. 문장 하나만으로 등장인물이 어디서 뭘 하는지가 영상처럼 떠올라야 하고 문장이 읊어지는 가운데 분위기는 어떤지 역시 유추가 가능해야 한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 첫 문장 Best 20”을 참고해 두 예시를 준비했다. 이런 유형에서 적절한 예를 찾자면 소설만한 장르가 또 없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설국』에서의 첫 문장이다. 어둠을 벗어나자마자 온 세상이 하얌을 목도하는 풍경이 금방 그려진다. 때 묻음이라고는 찾을 수 없으며 모든 것이 멈춘 뒤 쉿, 고요함마저 감돈다. 이제부터는 이 희고 조용한 설국을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 한 장씩 잠자코 걸어가면 된다.


“스물셋이오, 삼월이오, 각혈이다.” 이상의 「봉별기」다. 달랑 저거만으로 주인공의 연령대, 서술되는 날의 계절 거기다 주인공의 현재 몸 상태마저 대번에 파악할 수 있다. 저토록 극히 단답형으로 출발했으니 그 뒤로도 쭉 무심하고 시크한 톤을 유지하려나 짐작도 얼추 된다. 물론 실제로 마지막까지 저럴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뭐든 좋다새로운 거라면!


이번에는 첫 문장 잘 쓰는 법을 세 가지 유형과 여섯 가지 예문을 갖고 알아봤다. (3줄요약은 중제로 다 말했으니 생략) 위와 같은 기본 틀을 염두에 둔 채 원하는 형태를 골라 몇 차례 연습하다보면 감은 저절로 쌓이리라고 믿는다.

  

물론 내 방식대로를 무조건 따르라는 법은 없다. 글쓰기에 정답이 어디 있나. 각자 나름의 답안을 손에 쥐고서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인 우주 속을 마음껏 헤매면 될 일이다. 나도 첫 문장을 저렇게 썼는걸! 다만 그게 새롭고도 새로운 진짜 자기만의 무기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 여러분이 제대로 어그로를 끌어낼 계획이라면.




〈어그로 끄는 법, 관종의 글쓰기〉 글 | 니스 '더 글리에이터 The Geuliator'

글쓰기를 축구로 시작해 메이커프로레슬링을 갖고도 이것저것 써나가고 있다. 헌데 내 지인들은 축구에도 메이커에도 프로레슬링에도 관심 없고 오로지 “나 글쓰기 교육이나 좀 시켜줘라” 하는 거다. 그래서 출발선을 끊었다. 어쨌든 이런저런 덕질 다 하더라도 모두 글쓰기로 해왔고 결국은 이게 나랑 가장 잘 맞겠구나, 해서. 확 그냥 유튜브도 열어버려?

https://www.instagram.com/nice_jangzziway/

junnislj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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