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커피 콩을 사지 않는다. 아침에 기상해서 세수도 하기 전에 커피 알을 가는 게 루틴이었던 때가 있었다. 간밤의 잠으로부터 현실로 귀환하기까지에는 언제나 에너지가 필요했고, 계절에 따라 뜨거운 에스프레소나 차가운 얼음커피를 마시는 게 에너지를 수급하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돌아보니 에너지 수급은 ‘팔을 돌리는 행위’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움직이는 것. 움직이면서 ‘발전’한 에너지는 고스란히 다음 움직임의 원료가 된다. 아마도 ‘한곳에서, 침묵을 지키며’ 있는 (운동성이 없는) 상태에서 쉽게 잔여물이 고이고 막혀 불쾌해지는 습성을 가진 탓에, 어릴 때부터 읊조렸다. “길에 나가야 산다. 움직여야 산다.”
이 강박의 원인이 우울인지 adhd인지는 어른이 되고도 한참 후에 알았으나, 중요한 건 그걸 내가 미리 알았다는 사실이다. 학교에 가기 싫을 때는 (자주) 학교 앞 치즈케이크 집을 떠올렸고 치즈, 치즈 하며 뛰었다. (걸으면 더 가기 싫어서) 강의실 안에 앉아있는 나의 존재는 희미하게 느껴져도 치즈케이크의 녹진한 맛은 쉽게 떠올릴 수 있어서, 간신히 학교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뛰다 보면 그럭저럭 또 움직일 수가 있었다.
커피 콩이 집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던 건, 아침의 내가 무기력에 잠겨버릴까 싶은 걱정 때문이었을까. 한국에서는 슬리퍼를 끌고 나가 2천원 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컵을 5분 안에 살 수 있어서 나는 집에 원두 봉지를 두지 않는다. 손뻗는 곳에 도파민을 줄 것들이 즐비하기에,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게 되었고 쉽게 집에서 나갈 수 있게 되었으나, 가끔은 커피알이 칼날에 갈릴 때 풍겨나던 향이 그리워지곤 한다.
[소글] 왕초보반 글쓰기 액티비티로 10분 동안, 손을 떼지 않고 쓰고 쓴 글입니다.
내가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것, 더 이상 고수하지 않는 습관에 대해 써봐요.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쓰는 글쓰기 연습은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입니다. 시간 제한이 있어 완벽함보다는 솔직한 마음을 담게 되고, 꾸준히 하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늘릴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글로 남기는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