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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Jul 10. 2018

춤바람 좀 나면 어때

[샐 위 딴스 Vol.3] 편견과 관습을 넘어서기

글/ 이은 

[독립, 하셨습니까] 저자. 작가이자 영화 만드는 일을 하며 무규칙이종댄서로 불리고 싶은 사람. 현재는 웨스트코스트 스윙과 주크댄스를 추고 있다. 

 



포털에 ‘춤바람’을 검색하자 “춤바람 나서 가족 외면한 아빠, 결혼식에 불러야 할까요”란 제목의 상담기사가 제일 먼저 떴다. 춤이 너무 중요해 가족이고 뭐고 내팽개치는 이야기의 이면에 물론 상처받은 누군가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내와 가정이 주는 안온함은 포기하기 싫고, 재미는 추구하고 싶은 남성으로 지긋하리만큼 흔하다. 하지만 '사우디에 파견근무 나간 남편, 돈과 시간은 있는데 외로워서, 결국 춤을 추다 진짜 바람이 나서' 가정을 파탄 내는 건 정작 아내란다. ‘남자는 바람이 나도 가정으로 돌아오지만, 여자는 바람 나면 끝’이라는 둥의 서사 말이다. 성적 욕망은 남성의 것이기에 이에 눈을 뜬 여성은 결국 파국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지겹도록 들어서 알고 있다. 


춤을, 그것도 커플 춤을 춘다고 하면 돌아오는 부정적인 시선에는 이런 편견이 깊게 깔려있다. 하지만 세상이 춤으로 가득 차고 나면, 나도 모르게 만나는 사람마다 ‘춤 권유’를 하게 된다.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내 삶이 달라졌음을 설파했더니 몇이 넘어왔고 그래서 얄팍한 인간관계를 온통 다 춤에 끌어다부은 채로 보낸 시절이 있었다. 이십대 후반 혹은 삼십대 초반의 주변 무리들은 그곳에 인간관계의 팔 할을 집어넣고, 멋지게 차려입고 춤 파티에 가면서 여가와 운동을 한 큐에 해결하곤 했었다. 십년 즈음 지나서 보니 대부분은 아직까지 춤을 이어가고 있지도 않고, 거기에서 파트너를 만나 연애하거나 결혼한 지인도 거의 없다.  


애초 누군가 만나겠다는 의도로 댄스 신에 등장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보다는 춤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때로 연애가 잘못되면 (대개 여성이) 춤판을 떠나기도 한다. 결국 오래도록 자신의 동호회에서 춤을 추기 위해 여성은 방어적인 태도로 남자를 가리게 된다. 춤을 잘, 재미나게 추려면 강습도 많이 듣고 운동으로 몸도 만들고 여튼간에 돈을 써야 하니 돈벌이에도 소홀할 수 없고, 시나브로 나이 들다가 실버미스(골드미스란 약간 유니콘 같은 존재라서)가 되는 이들을 부지기수로 보았다. 파트너와 결혼했다가 출산, 육아로 인해 댄서 경력이 단절되어 사라지는 경우도 왜 없겠는가.  


커플 춤이 갖고 있는 로망스가 물론 존재하지만, 늘상 그런 것만은 아니고 사심은 춤에 몰입하는 데 때로 방해가 되기도 한다. 



‘바람’이 내포하는 한때의 방황 혹은 허무의 이미지처럼 이는 지나가기도 하고 누군가의 인생에 더 크고 긴 궤적으로 남기도 한다. 한때 춤을 그만둔 적도 있지만 결국 돌아온 나는 탕아정도 되려나. 어쨌든 춤은 멋진 파트너를 대체할 만한 마력이 있는 무엇이고, 춤을 추고 일을 하다보면 외로움을 잊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니 결혼이나 연애에서 멀어져있는 누군가를 잠재적 파트너로 보는 것을 댄스 플로에서만큼은 접어두고, 춤에 몰두하면 좋겠다. 유난 떨지 않아도 춤추다 보면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지게 되어있다(물론 모두가 이성애자인 것도 아니다!).   


사실 춤을 추다보면 상대가 얼마나 나를 존중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자신의 주장만 일방으로 내세우는 자는 춤판에서도, 연애에서도 하수인 것이 당연. 그러니 현명한 관계를 위해 춤으로 미리 소통해보는 것도 좋은 방도 아닐까. 일방적으로 리드당하지 않는 법도 배울 수 있으니 춤바람 좀 나도 괜찮다. ‘여성스러움’ 혹은 ‘남자다움’이라는 카테고리에 다 밀어넣을 수 없는 스스로를 직면하고 긍정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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