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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Aug 06. 2018

제목의 길이마저 재는 장인 되기

실험으로 본 제목 안 잘리고 예쁘게 공유하는 법

어그로 끄는 법, 관종의 글쓰기 Ⅴ.


# 프로게이머 이영호는 경기 전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패드의 각도나 위치를 세팅할 때 자를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연습실에서나 경기장에서나 거의 동일한 환경으로 맞춰 경기에 임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최종병기’라는 별명에 들어맞는 완벽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영호 선수가 경기 전 자를 사용해가며 세팅하고 있다. (사진=데일리이스포츠)


이번 주제는 다소 사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나름 중요한 디테일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도 웹상에 올리는 글의 시작점을 쓸 때 글자 수를 정밀하게 챙겨야지 않나 감히 권해본다. 


무슨 변태 같은 소리냐고? 지나친 결벽 아니냐고? 하지만 여러분이 관종의 글쓰기를 최종적으로 완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라. 본인이 공들여 쓴 글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SNS나 타 웹사이트에 공유하는 일이다. 그런데 제목이나 리드가 너무 긴 탓에 미리보기 화면상에서 잘려나간다면? 여러분이 끌고자 한 어그로도 그만큼 반감될 텐데 좀 허탈하지 않을까? 


기자들이 신문기사를 올릴 때에도 칸수에 맞춰 표제와 부제를 알맞게 자른다. 이영호가 엄격하게 기기 간 거리를 재가며 세팅하듯 스스로도 이렇듯 첫인상의 길이에 엄격해져보는 것이다. 웹상에 통째로 예쁘게 담겨서 보기에 딱 좋은 제목과 리드를 독자들이 만날 수 있게끔.


캡처해놓고 다시 보니 꼭 귀신이 쓴 글 같... 읍읍!


그래서 준비했다. 각 공유 매체별로 그리고 PC나 모바일별로 썸네일 아래 제목과 리드의 각 글자 수를 비교하며 최적의 길이를 찾아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의 실험을 실시했으니 그 경과를 알려주마. 맨 먼저 테스트용 포스팅을 하나 작성했다. 제목은 ‘테스트테스트테스트테스트…’ 본문은 ‘놀라지마세요테스트입니다…’다.


으악 저 가운데 한 글자만 삐져나와서 줄 바뀐 거, 나만 불편해?


페이스북 : 제목 22~29자, 리드 23~33자


맨 먼저 페이스북에 테스트용 포스팅을 공유해봤다. 개인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띄어쓰기 없이 최대 30글자가 제목 란에 가득 채워짐을 알 수 있다. 그 아래 2~3pt 정도 작아 보이는 본문 텍스트는 최대 34글자가 노출된다. 


‘아, 그래? 이 정도면 되겠네’라 생각하고 뒤로가기를 누를지 모르겠으나 아니다. 그 손 얼른 떼서 공손히 모아주라. 나도 이번 실험으로 처음 안 반전이 있었으니, 아까만 해도 30글자가 딱 맞게 들어갔던 제목 란을 홈 타임라인에서 보면 한 글자가 삐죽 튀어나와 있음이 확인된다. 모바일 앱으로 들여다볼 시에는 제목이 한 줄로 이어지는 길이가 고작 22글자 선에서 끝난다.


페이스북에 글을 공유할 때 이러면 치명적이다. 다른 웹페이지에서는 제목 끝이 잘리는 대신 아래에 그대로 리드를 드러내 보여주지만 페이스북은 제목이 길면 줄바꿈이 돼 리드가 자취를 감춰버리기 때문이다. 첫 문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겠다고 엄청 고민하며 썼을 텐데 제목이 몇 글자 길다고 가려져서 안 나와봐.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모바일과 PC버전에서 드러나는 차이는 폰트뿐만이 아니다.


카카오톡 : 제목 14~18자, 리드 14~21자


SNS만큼 각종 글을 많이 퍼 나르는 경로는 카카오톡이다. 모바일앱으로든 PC버전으로든 갠톡방 단톡방 할 것 없이 수많은 콘텐츠가 오가는 곳이다. 카카오톡은 제목과 리드를 각각 몇 글자씩이나 보여줄까?


실험 결과 모바일앱으로는 제목이 18글자, 리드가 21글자까지 드러난다. 반면 PC버전에서는 앞에 노출되는 글자 수가 더 적다. 제목과 리드 모두 14글자만 보여주는 데 그친다. 공유한 사이트의 썸네일과 첫 텍스트를 함께 보여주는 플랫폼 중에서는 카카오톡 PC버전이 가장 그 길이가 짧지 않을까.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앞서 본 페이스북과는 달리 제목이 길다고 리드 부분을 잡아먹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이다. 맨 오른쪽 글자가 … 표시와 함께 가려지는 정도이니 눈에 확실히 들어오는 초반 부분에서 강렬한 어휘로 어그로를 끈다면 승산은 있다.


여러분의 글이 모바일 유저를 겨냥하냐 PC유저를 겨냥하냐에 따라 제목을 선정하는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웹사이트 : 제목 19~30자, 리드 20~33자


웹사이트에 공유할 때에는 실험 결과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에 비해 모바일이냐 PC냐에 따라 극심한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PC에서보다 모바일에서 볼 때 글자 수 노출이 덜하기는 마찬가지이나 그 폭이 제목 쪽도 리드 쪽도 일정한 편이다.


PC에서는 공유된 글의 제목이 최대 30자, 리드가 최대 33자까지 보인다. 반면 모바일에서는 각각 약 열 글자씩이 줄어 제목은 20자, 리드는 21자 정도만 드러난다. 카카오톡 모바일에서 보여주는 미리보기 글자 수(제목 18자, 리드 21자)와 얼추 비슷하다.



결론 : 20글자 내외로 앞에다 어그로를 끌자


지금까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PC 및 모바일별로 글을 공유할 때 미리 표시되는 글자 수가 제각기 어떤지를 짚어봤다. 공유하는 경로는 여러 가지지만 쓰는 글은 단 하나다. 그렇다면 여러 결과들을 종합해 하나의 평균치를 내는 일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내가 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웬만하면 제목도 리드도 20자 내외로 맞춰 쓰되
그 중에서도 앞부분에 강세를 줘서 어그로를 끌자.’


매체에 따라 최대 30자 내외로도 공유 시 소화가 가능하나 이 첫 문장을 카카오톡 PC버전으로 공유하면 본래의 단 절반밖에 맛볼 수가 없다. 30자를 써놓고 절반이 뭉텅 잘릴 바에는 14~20자로 맞춰 써서 잘릴 우려를 최소화하자. 그리고 힘을 주거나 검색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분이 아깝게 …으로 가려질 일이 없도록 웬만하면 일부러라도 앞으로 당겨주자. 이렇게 하면 여러분이 처음에 의도한 어그로가 아깝게 깎여나갈 일은 없다.


이제부터는 여럿에게 공유할 때 먼저 보이는 글자 수에도 신경 써가며 어그로를 끌어보는 것이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형태의 아름다움에도 스스로 희열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이왕 하는 관종 노릇 제대로 한번 해보자.




〈어그로 끄는 법, 관종의 글쓰기〉 글 | 니스 '더 글리에이터 The Geuliator'

글쓰기를 축구로 시작해 메이커프로레슬링을 갖고도 이것저것 써나가고 있다. 헌데 내 지인들은 축구에도 메이커에도 프로레슬링에도 관심 없고 오로지 “나 글쓰기 교육이나 좀 시켜줘라” 하는 거다. 그래서 출발선을 끊었다. 어쨌든 이런저런 덕질 다 하더라도 모두 글쓰기로 해왔고 결국은 이게 나랑 가장 잘 맞겠구나, 해서. 확 그냥 유튜브도 열어버려?

https://www.instagram.com/nice_jangzziway/

junnislj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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