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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

2025 낫저스트북클럽 9월의 책

by 황은솔

경계 밖의 생명들


이번 달에는 제목부터 다소 무거운 책을 북클럽 도서로 선정하게 되었어요. 이 책의 서두에 나오는 “정치적으로 살려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며, 묵직한 주제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고자 합니다.


≪무법의 바다≫는 말 그대로 법이라는 것이 없는, 혹은 법이 무용지물인 ‘공간’으로서 바다에서 일어나는 환경 파괴, 인권 침해, 노동 착취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탐사 보도 기자로 일하는 저자가 10여 년간 직접 취재한 결과를 몰입도 높은 문장으로 옮긴 책으로, 해양 전문가의 지식에 인류학적 시선을 더해 쓴 르포입니다.


국경이라는, “각자의 이익에 맞춰” 그어진 인공의 선으로 나누어진 바다는, 사실 그 어떤 선이나 벽으로도 가로막혀 있지 않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입니다.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간과합니다. 해양 보전에 힘쓰는 국가 중 하나인 팔라우는 환경 보호와 자국민 어업 활성화를 위해 보전 지역을 설정하고 있는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팔라우 보전 비역이 성공을 거두려면 다른 국가도 어느 정도는 그런 보전 지역을 설정”해야 하는데, 그 이유로 당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도 전에 다 뺏겨버리니까요.”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바다는 종종 법에 의해 스스로를 제어당하는 약자들의 탈출구가 되기도 합니다. 낙태가 불법인 국가의 여성들을 위해 법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공해에서 사후피임 효과가 있는 약을 제공하는 “파도위의여성들”은 “땅과 바다의 지도에서라면 그렇게 할 힘이 국가에 있을지 몰라도 여성 신체의 경계를 정하는 데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자기 신체에 대한 주권은 온전히 여성 자신이 쥐어야 해요.”


이번에는 ‘소비자의 환상’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이 환상이란 어업이 지속 가능하며 합법적인 방식으로, 노동자가 작성된 계약서에 따라 먹고살 만한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물고기를 건져 겨우 며칠 만에 2.5달러라는 가격으로 식료품점 선반에 올라가는 140그램까지 참치 통조림을 생산해내는 일이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돕는’, ‘합법’ 업체들의 수법과 세계화의 미명 아래 펼쳐지는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자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어비나는 무섭고 충격적인 이야기들로만 책을 채우지는 않았습니다. 더 나은 바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의 현재와 미래를 통해 “우리의 무지가 우리에게 실제로 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있는지도 몰랐던 세상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 발짝 더 나아진 것과 다름없다는 희망이지요.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5년 9월의 책,

이언 어비나의 ≪무법의 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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