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낫저스트북클럽 8월의 책
개인적으로 르포(Reportage)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데요, 조금 더 풀어 말하자면 내 세상 바깥의 ‘진짜 세상’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개인의 탐구 능력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범위까지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탐구한 결과를 문학적으로 읽기 좋게 쓴 책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책을 저는 ‘가성비가 좋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긴 시간 값을 매기기 힘든 취재와 집필 과정을 거쳐 손 안의 한 권으로 간단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글을 통해 좋은 책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으니까요.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도심 빈곤과 불평등을 수년에 걸쳐 내부 탐사한 걸작 ≪쫓겨난 사람들≫은 <뉴욕타임스>에서 2016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주요 매체들에서 강력 추천하며 영미권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함을 토한 것에 비하면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책입니다. 처음에는 가난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했는데 그 반대편에 선 이들의 삶도 담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제 불평등과 사회적 계급, 굴레를 벗지 못하는 개인의 한계 등을 아우르는데 어렵지 않고 마치 소설처럼 쓰여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여기 옮겨 적은 한 문장을 통해 책의 의도를 일부 엿볼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이야기하는 건 쉬웠다. 하지만 이름과 얼굴과 역사와 많은 필요를 가진 어떤 가난한 한 사람을 돕는 것은, 우리가 그 사람이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어떤 판단 착오를 범했는지를 아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평면적이고 많이 들어오던 뻔한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삶을 통해 전체 사회를 들여다보는, 시각의 스펙트럼이 넓은 책입니다. 책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데요, 사회학자이자 기자로서 저자가 실제 존재하는 각각의 삶을 그 내부에서 관찰하며 겪은 고민과 갈등을 솔직하게 적은 부분은 이 책이 왜 부동산 문제를 다룬 수많은 다른 도서를 제치고 가장 위대한 책으로 꼽혔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문제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서 도출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보통’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양서입니다.
… 끈질기고 잔혹한 가난은 사람들의 용기를 빼앗고 해법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 좋은 집은 가장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살 곳이 생긴 사람들은 더 좋은 부모가, 노동자가, 시민이 된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5년 8월의 책,
매튜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