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답서스
9월의 시작과 함께 날씨는 짜 맞춘 듯이 선선해졌고 해는 눈에 띄게 짧아졌습니다. 이제 대낮에도 거리엔 긴소매의 티셔츠나 빈티지한 재킷을 걸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책상 위의 노트북 모니터에 집중해 있다가 여러 장의 얇은 종이가 한 번에 구겨지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면 문 밖에서 가로수가 상체를 흔들어대며 춤을 춥니다. 가을입니다.
식물을 만지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 가을은 풍요와 풍성함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실내 가드닝용 식물은 매섭게 춥고 건조한 한국의 겨울을 견뎌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정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합니다. 집 안에 식물 하나 들여놓은 당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식물은 추워서 죽는 것이 아니고, 추운 곳에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이니까요.
소셜 플랜츠 클럽이 선정한 네 번째 식물은 스킨답서스입니다. 내습성이 강해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관엽식물로, 계절의 변화가 적고 병충해에도 강해서 특별한 관리법이 필요 없고 정말 물만 잘 주면 쑥쑥 크는 기특한 식물이지요. 스킨답서스는 죽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고 심지어 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곳에서 키워도 싱그러운 초록색을 유지하기 때문에 '악마의 아이비 (Devil's Ivy)'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작은 포트의 스킨답서스도 관리만 잘 해준다면 실내에서도 2미터까지 줄기를 뻗어나가기 때문에 책장이며 선반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믿음직한(?) 별명에 걸맞게, 날씨가 더 쌀쌀해지고 겨울이 와도 스킨답서스는 잘 자라줄 것입니다. 하지만 여린 초록잎 식물을 냉한기도 견뎌내는 악마로 만드는 건 바로 당신입니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더 많이 사랑해줄수록 더 독한 악마의 아이비가 될 테니까요.
스킨답서스를 화기에 심을 때에는 원예용 배양토를 주로 사용하며, 약간의 마사토를 섞어서 원활한 배수를 돕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 분갈이를 할 때에는 부엽토를 25~30% 정도 섞어서 영양분을 더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서나 잘 자라요. 대부분의 관엽식물과 마찬가지로 스킨답서스도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면 잎이 타버릴 수 있으니 집 안에 두고 간접광만 받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화분의 겉 흙을 만져봤을 때 까슬까슬하고 건조한 느낌이라면 물을 흠뻑 주세요. 겨울에는 흙을 약간 파서 조금 더 안쪽을 만져보았을 때, 흙이 말라있다면 물을 주세요. 안쪽 흙을 손으로 확인하는 게 어렵다면, 화분에 나무젓가락이나 꼬지를 꽂아주고 두 시간 정도 뒤에 빼서 만져보았을 때 습한 느낌이 없다면 물을 주면 됩니다. 물 주기는 맑은 날 오전에 주는 것이 좋고, 한 번 물을 줄 때에는 화분 밑으로 물이 스며 나올 때까지 충분히 주세요.
스킨답서스를 비롯한 관엽식물의 병충해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활한 통풍입니다. 환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응애나 깍지벌레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즉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적합한 약을 처방받아야 합니다.
스킨답서스의 생장 환경 온도는 그 범위가 넓은 편이라 실내에서 키울 때엔 별도의 온도 관리는 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쾌적하다고 느끼는 실내 온도인 21~25도에서 가장 잘 자랍니다. 다만, 관엽식물 자체가 추위에 약하므로 겨울에는 스킨답서스가 있는 공간의 온도가 최저 13도 이상은 유지되도록 신경 써주세요.
스킨답서스는 흙 없이 수경재배도 가능한 식물입니다. 물을 깨끗하게 유지해주고 봄철에 수경재배용 영양제를 더해주면 화분에서 키울 때보다 더 빨리 자랍니다. 수경재배를 위해 스킨답서스의 줄기를 자를 때에는 마디와 마디 사이 한 부분을 잘라주세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디마다 작은 뿌리가 난 것을 볼 수 있는데, 수경재배를 위해서는 이 뿌리까지 꼭 함께 잘라주어야 합니다.
여러 무늬를 가진 종이 있어서 스킨답서스만으로도 다양한 실내공간의 연출이 가능합니다. 잎이 늘어지는 덩굴성 식물이기 때문에 높은 선반에 올려두면 공간에 생기를 더하는 인테리어를 만듭니다. 선반이 없다면 마크라메나 가죽끈, 또는 스틸 소재의 플랜터 행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커튼 봉이나 창틀 등에 튼튼한 고리를 걸고 플랜트 행거를 연출해 극적인 인테리어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단, 손이 닿기 어려운 높이에 있는 식물들은 자연스럽게 자주 신경을 못 쓰게 되므로 관리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와 고양이에게는 독성이 있으니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곳이라면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혹시나 실수로 삼켰을 때는 목이 부어 켁켁대고 구토를 하거나, 심할 경우 음식물을 삼키는 것을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엔 즉시 수의사와 상담을 하세요.
이제 스킨답서스는 스킨답서스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스킨답서스(Scindapsus) 속에 속하는 식물로 분류되어 스킨답서스라 불렸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는 에피프렘넘(Epipremnum) 속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었습니다. 하지만 원예 시장에서는 여전히 스킨답서스라고 불리며, '에피프렘넘'을 찾으면 상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옛 이름 그대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
<Social Plants Club>은 위드플랜츠@withplants와 낫저스트북스@notjust_books가 격주로 발행하는 식물 페이퍼입니다. 매 호 한 가지 식물을 선정하여 식물에 대한 이야기와 기본 관리법, 포스터 이미지를 담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