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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Aug 28. 2021

<나무의 시간>

2021낫저스트북클럽9월의 책

3년 전, 지금보다는 훨씬 작은 공간에 책방을 열었을 때, 서너 명의 어른들이 책 한 권을 들고 서점에 찾아주셨어요. 맞은편 커피숍을 찾았다 건너편에 책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얼마 전 출간한 책이라며 한 번 보시라 들고 온 것이었죠. 아직 ‘서점주’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고 민망할 때라 ‘출판사’에서 ‘책’을 가지고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매우 감격하여 그 자리에서 세 권이나 현금 결제로 책을 구매하였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출판사는 브레드, 책은 <나무의 시간>입니다.


충동구매로 산 물건들이 그러하듯 이 책도 설레는 마음으로 사고 나서는 책장에 꽂아두고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며칠, 혹은 몇 달이 흘렀을까요.  책방을 찾은 한 손님이 길게 한 줄로 늘어선 백여 권의 책 중 <나무의 시간>을 뽑아 들었습니다. 책 중간을 아무렇게나 펼쳐 나온 페이지를 집중해 읽던 손님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책장을 탁 덮고는 카운터로 성큼 다가와 말했어요. “이거 사야겠네요. 잠깐 읽었는데 완전 빠져들었어요.”


이 작은 책방에 스스로 찾아온 책, 그 책을 단번에 골라 한 페이지 읽고 사야겠다 마음먹게 한 이, 동네에 하나뿐인 작은 서점에 책을 맡기거나 주저 없이 돈을 주고 책을 사는 사람들. 한 권의 책에 무수한 매력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어요. 이 책은 도대체 뭘까, 읽어보았어요. 그리고 저 역시 잠깐만에 완전히 책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당시 지금의 공간으로 책방 이사를 준비할 때라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쁜 시기였지만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책을 열고 평생 나무를 만진 남자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를 주섬주섬 삼켰습니다.


내촌목공소가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목공 업계에서 저자의 위상이 어떠한지 전혀 알지 못했고 지금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표식이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나무의 시간>은 이야기 자체로 힘을 가지는 책이거든요. 삶에 깊이 녹아든 나무라는 물성과 그 속에 깃든 자연의 시간과 수많은 사람의 손길에 대한 이야기. 조금만 읽어보세요. 그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1년 9월의 책

김민식 작가의 <나무의 시간>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books/?idx=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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