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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Oct 01. 2021

<365일>

2021 낫저스트북클럽 10월의 책

이번 달은 한 박자 쉬어가고 싶었어요.


그동안의 낫저스트북클럽이 사회에서 반 발자국 앞선 저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독자 나름의 비판적 관점으로 수용할 수 있는 책을 선정했다면 이번에는 달려오는, 달려가던 생각에 쉼표를 찍는 마음으로 짧고 가벼운 문장들과 특별할 것 없는 사진들로 채워진 책을 골랐어요.



<365일>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어요. 먼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짧은 일기 -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도 이거 해 먹어봐야지,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예쁘네,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가끔 소식이 궁금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읽는 방법, 다음으로 하루 중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에 두고 오 분의 여유 시간 휘리릭 넘겨 짚이는 페이지를 읽거나 하던 일에 집중이 안 될 때 꺼내어 오늘 날짜의 문장을 읽는 방법이지요.


두 방법 모두 추천합니다만 <365일>을 이달의 책으로 선정한 데에는 두 번째 방법으로 읽다 턱 하고 목이 막히거나 땡 하고 머리가 울리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덩어리 고기를 잘 굽기는 꽤 어렵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익히는 방법이 다르다. 몇 도에서 몇 분간 익힌다는 원칙만으로는 결코 제대로 구울 수 없다. 반복해서 만들어보며 감을 익힐 수밖에 없다고 매번 뼈저리게 느낀다.”


도마 위에 놓인 스테이크 한 덩이와 함께 쓴 1월 19일의 일기가 그랬어요. 고기 굽기 대신에 지금 나를 괴롭히는 많은 일들을 하나씩 대입해봐도 아 맞아 그렇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경험 말이에요.



그러니까 <365일>은 그런 책인 것 같아요. 우울한 건 아닌데 어쩐지 기운이 없고 축축 처지는 날, 친한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연락하기가 망설여지는 날,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 누나가 별 일 아니라는 듯 툭 던지는 위로의 말. 필요한 때에 꺼내어 펼쳐보세요.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1년 10월의 책

와타나베 유코 작가의 <365일>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books/?idx=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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