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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May 23. 2022

<지지 않기 위해 쓴다>

2022 낫저스트북클럽 6월의 책

처음 책방을 열게 된 건 오로지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조차 없게 되었을 때 실낱 같은 희망과 함께 다섯 평 공간을 제안받았습니다. 가지고 있던 책을 팔다가 책이 동이 날 때쯤 공간 운영자로부터 정식으로 서점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새책들을 입고 받아 팔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돈으로 바뀌는 일은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었습니다만, 켜켜이 쌓여 있던 궁핍의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습니다. 책방을 연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다섯 평이던 책방에 합판을 대어 공간을 반으로 나눴습니다. 세 평 공간에 책을 몰아넣었고 합판 뒤쪽 두 평 공간엔 침대를 두었습니다. 서점에서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집이 어디냐 물었을 때 서점에서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서둘러 낭만을 불러왔습니다. 집이 서점이라니 멋지다, 출근이 편해서 좋겠다, 책에 둘러 싸여있으니 포근하게 잠이 잘 오겠다,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실상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얇은 벽 뒤에 숨겨둔 사적인 삶이 언제라도 불특정 타인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함과,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에서 생활하며 얻게 되는 질병들,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나의 가난을 눈치채면 어떤 변명을 해야 하나 하는, 남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서점에서의 생활은 다행히 1년을 넘기지 않고 끝이 났습니다. 그간 얻었던 병도 집과 서점을 오가며 삶을 균형을 맞추자 차차 나아졌고요. 그런데 제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고요? 글쎄요, 아마도 타인의 삶은 겪어보기 전까진 절대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마주한 사람의 진짜 사정을 알고 있는지, 지하철 역사를 청소하며 점심은 화장실에 숨어 급하게 먹는 사람의 사정이 궁금하진 않은지, 사지가 멀쩡한 저 청년은 왜 폐지를 줍고 다니는 건지, 그걸 당신은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알고 싶지 않은 당신이라면 알아야만 한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지지 않기 위해 쓴다>를 관통해 던지는 예리하고 치밀한 물음들처럼 말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요? 그들이 저렇게 사는 건 누구 때문일까요? 이 세상의 문제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2년 6월의 책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지지 않기 위해 쓴다>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books/?idx=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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