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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Jul 15. 2024

내 안의 불안이를 마주해 버렸다.

<인사이드아웃 2>, 어른들을 위한 디즈니 영화

어른들을 위한 디즈니 영화라는 인사이드아웃 2를 보고 왔다. 시리즈 1을 재밌게 봤기 때문에 극장에서 꼭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인사이드아웃 2는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 경보를 맞이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가 있던 라일리의 감정 본부에는 불안이, 당황이, 부럽이, 따분이라는 새로운 감정들이 들어오게 된다. 보다 다양한 감정들이 생기며, 라일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 갈등을 겪게 된다. 좋은 기억들로 만들어놓은 라일리의 자아에 집중하려는 기존 감정들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불안이가 대표적으로 갈등하게 되고 결국 불안이는 라일리의 자아를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리고 기존 감정들을 본부에서 내쫓게 된다. 그렇게 쫓겨난 기존 감정들은 다시 본부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영화에서는 불안이가 소위 ‘빌런 짓’을 하며 라일리에게 혼란을 준다. 그런 행동들을 지켜보는 2시간 동안 자꾸만 누가 내 마음을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수개월동안의 내 모습을 마주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거울 치료를 하는 것 같았달까.


불안이는 하키부에 들어가야만 친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불안으로 라일리를 잠 못 이루게 했다.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쉬지도 않고 노력하며 라일리를 힘들게 만들며, 마음속으로는 계속해서 최악의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기존 감정들을 본부에서 내쫓았고, 다른 감정은 배제한 채 불안으로 가득한 자아를 만들었다. 그리고 하키부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강박감이 극도에 달했을 때, 결국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내 안에 불안이가 잠식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나도 연봉, 직장, 외적인 것들을 만들어가며 나의 가치를 높여갔다. 나보다 돈을 잘 버는 사람들,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채찍질했다. 나의 24시간은 나의 행복보다는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것들로 채워나갔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슬픔 등 원초적인 감정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평일을 포함해서 주말까지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체크리스트들이 없으면 불안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두통, 무기력, 수면장애는 일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찌 보면 내 안의 불안이는 대학교 때부터 있었을지도 모른다. 명문고를 졸업한 탓에 친구들은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학벌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생각해 재수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택했고, 뒤쳐졌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학술동아리,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들로 나의 일상들을 채워나갔다. (결국 취업 준비생 때 학벌의 벽을 크게 느끼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꿈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었기에 그렇게 하나하나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나의 기쁨이었고, 지치지 않고 해 나갈 수 있었다.


직장 6년 차. 내 안의 불안이는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꿈이 없어서일까. 배움보다는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연차이기 때문일까. 내 직장과 연봉에 만족하지 못해서일까. 원인을 잘 모르겠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뭐가 문제인지 몰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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