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불안, 불면증으로 결국 심리 상담을 택했다. 이전에도 경도의 우울 증세와 자존감 하락을 경험했었기에 심리 상담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그저 관심일 뿐 필요의 영역은 아니었다.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다름이 아닌 예능 <나 혼자 산다> 덕분이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배우 구성환씨의 에피소드가 바로 그것이었다. 구성환씨는 특유의 소탈한 매력과 어울리는 일상을 보냈다. 여유롭게 일어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한강에 가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즐겼다. 여타 배우들처럼 타이트한 관리를 하거나 특별히 개성 있는 취미 생활을 즐기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 구성환씨의 일상을 보며 패널들이 부럽다는 듯 덧붙인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벙찌게 했다.
"아, 저런 게 행복이지.."
'저런 게 행복이라고..? 내 일상과는 너무 다른데..?'
그 일상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나는 잘못되어도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내 일상은 여유와는 조금 멀었다. 본업과 부업 그리고 운동으로 가득한 24시간을 보내고, 틈이 나면 꿈으로 가지고 있는 글쓰기(혹은 재테크 공부, 영어 공부 등이 그 자리를 채우기도 한다.)를 그 사이에 밀어 넣으며 쉬지 않는 일상을 보냈다. 그렇게 주변 그 누구보다 꽉 찬 24시간을 보내기를 어언 1년 반째, 결국 바쁜 일상과 나의 열정은 주객전도가 되어버린다. 발전하겠다는 동기부여 가득한 열정보다 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으로 나는 움직이고 있었다.
가뜩이나 꽉 찬 24시간에 본업이 야근에 야근을 거듭해야 할 정도로 바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난 수많은 할 일들에 파묻히듯 무너져 내렸다. 그전에는 쉼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을 알지만 숙제처럼 느껴지기에 하지 않았던 상태였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소모되어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힘이 나지 않았다. 결국 최소한으로 필요한 본업과 운동 외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상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능동적인 해결을 위해 심리상담 센터를 찾았다. 첫날은 초기 상담으로 증상의 정도를 파악하고 나를 이해하기 위한 첫출발이 되는 날이라고 했다. 걱정되는 마음 그리고 떨리는 마음을 조금 안고 센터를 찾아갔다. 감정을 드러낼 때면 눈물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나라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저녁 시간에 상담을 잡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의 첫마디에서부터 눈물이 터져버렸다. "혼자 얼마나 고민하다가 센터를 찾아오게 되셨어요?" 아직까지도 심리상담센터 방문에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장벽을 느끼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기에, 으레 그렇듯 고민의 시간이 길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꽤 빠르게 실행에 옮겼고 선생님이 질문을 통해 기대하는 일반적인 답변의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 질문부터 눈물이 터졌다는 것은 그간 스스로 깨닫지 못한 힘든 시간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그렇게 약 한 시간 동안 어떤 성장 배경 아래에 있었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학창 시절, 대학시절을 보냈는지 설명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은 12회 정도의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상담 횟수는 5회, 12회, 24회 이상 이렇게 구분되는데 그중 중간 정도에 해당했다. 5회를 받을 만큼 가벼운 상태는 아니구나, 하고 내 안의 불안이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것이 느껴졌다가, 일반적으로 10회 이상의 상담을 권해주신다는 상담 가이드를 보고 괜찮다고, 일반적인 케이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하게 될 것이고, 초기에는 상담 주기를 되도록 짧게 가져간다고 하셨다. 상담 주기가 길면 어느새 관성처럼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담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바꿔야 할 수도 있기에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고, 초반에는 스스로의 행동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실질적인 변화는 10회 이상 상담이 거듭되고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상담 비용이 마음의 건강 상태를 실감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무료로 상담을 진행해 주는 국가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은 스스로를 원망했다.. ^_^) 이렇게 작은 발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샌가 먼 길을 되돌아볼 수 있을까. 자존감 관련 에세이들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필사하며 쌓아 올렸던 이십 대 후반의 시간처럼, 그 시간 덕분에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도와줄 정도가 된 지금처럼, 나아지기를 막연히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