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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Jul 27. 2023

네가 캔버스의 그림부터 조각상이 되기까지

얼마 전 책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중 굴에 대해 심도 있게 써 내려간 글을 보았다. 맞다. 그 ‘먹는 굴’이다. 먹는 굴에 대해 심도 있게 쓰면 얼마나 그럴까 싶지만 굴을 주제로 글이 어찌나 유연하게 이어지던지.


굴이 너무 맛있었던 작가님은 굴에 대한 지식을 쌓기 시작했고, 굴이 자웅동체라는 사실과(나에게도 가히 충격이었다!!) 가파른 바위에 흡착해 살아가는 생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위에 흡착해 있는 모습이 생존하기 위한 굴의 애절함을 알게 되었을 때 굴을 굴로만 대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단순히 굴이 식재료가 아닌 하나의 생물, 그 존재 자체의 의미에 공감하게 되었다고.


MBTI의 2번째 글자를 S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알 테지만, S에게는 굴은 그저.. 굴이다. 그리고 굴은 맛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과연 시인의 상상력이란 이런 걸까. 작가님은 N일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 와중에도 수많은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하는 하나의 표현이 있었는데,


‘그저 평면에 불과하던 것들이 입체성을 가질 때.‘


2D, 평면에 불과하던 것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때 그것이 3D, 입체가 되어 다가온다는 것이다. 입체성. 입체 도형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느끼고 마주할 수 있는 면이 많다. 평면의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마주할 수 있는 면이 하나, 정육면체 입체 도형은 여섯 개. 사람으로 따지면 보여지는 모습 외로도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즐겨본 드라마 중 ‘유미의 세포들’에서도 유사한 연출이 나온다. 주인공 유미가 바비를 처음 만날 때, 바비는 유미에게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말 2D 인 종이 인형이 3D인 사람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바비가 한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 동료라는 걸 알게 될 때, 즉 낯선 사람 이상의 의미를 지닐 때 2D는 3D로 변하고 실제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은 잘생겼ㄷ..)



이렇게 입체성을 만들어주는 건 시간이 아닐까. 사람이든 물건이든 입체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면을 관찰하고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가님이 굴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가는 시간들을 거쳤던 것처럼. 그리고 소중한 시간들이 쌓여갈수록 입체감은 더해진다. 점차 서로에게 정육면체에서 정팔면체, 정십이면체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질문이 중요한 걸지도 모른다. 궁금한 것이 많다는 것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대변한다. 흔한 면접이나 소개팅 때도 질문이 없으면 그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웠던 것 같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쉬는 날은 뭘 하시나요?” 등등. 사소한 질문부터 심화 문제까지 질문의 난이도만큼 둘 사이는 깊어진다.




그래서 말인데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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