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름이 운명을 변화시킨다? 어느 정도는.

by 은수

이름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성명학이라는 주장이 있다. ~학이 붙었음에도 '주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분히 비과학적이기 때문이다. 비과학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정작 어느 정도 이름에 의해 사람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더 정확히는 이름에 의해 유년기의 경험이 바뀔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삶의 태도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거는 나 자신이다.


개명하기 전의 내 이름은 유명가수의 이름이었다. 어린 시절 선생님들 나이대의 어른들은 모두 알고 있을 국민 가수였다고 한다. 특이한 이름이었기에 나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고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 학기 초면 교무실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무반주 라이브였다. 노래를 잘 못했으면 1학년때 시키고 더는 안 시켰을 텐데 노래도 썩 잘했다. 자기 자랑이다. 덕분에 외향적인 사람이 되었냐고? 아니다. 내면은 외향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외면은 극도로 내향적인 사람이 되어 사람들 앞에 나서는걸 극도로 꺼려하게 되어버렸다. 더 정확히는 강압에 의한 부작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어른들에 의해 장소 불문하고 노래를 강요할 수 있었던 시대 분위기였던 터라 타인과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기 싫어했다.


물론 지금은 개명을 하였다. 평범하면서도 너무 흔하지 않은 그런 이름으로 말이다. 그 후로는 이름을 밝혔을 때 노래를 잘하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게 되었고, 노래 부를 일도 없어졌다. 튀지 않게 되어서 오히려 그 공백만큼 내 주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해야 할 것이다. 숨 쉴 공간 말이다. 개명 전에는 이름의 독특함으로 '착하게'가 아니라 '착한 척' 하며 살아야 했던 것도 있었다. 삶의 여유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 되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같은 학교 동창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이름은 모두가 기억했다. 한껏 위축되어 살았기에 손가락질받는 일은 없었지만 10대가 감당해야 하는 절제의 무게가 얼마나 심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주변 사람들이 자기 자녀의 이름을 짓기 위해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어떤 이름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골라주거나 지어주지는 않는다. 내가 뭐라고. 다만 이 이야기를 해준다.


"네 아이는 영원히 '아이'가 아니라 언젠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노인이 될 것이다. 그때 불리는 이름이 어떤 느낌일지를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라고 말해준다.


자식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도구가 아니다. 스쳐 지나가는 소중한 인연이다. 그 인연의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불릴지를 생각해서 이름을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더해 나중에라도 개명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주기를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찰과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