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그리고 수타면

by 은수

'한 성부가 주제를 시작한 뒤 다른 성부에서 그 주제를 똑같이 모방하면서 화성진행을 맞추어 나가는 대위적인 서양 고전음악 악곡의 한 형식.' - 나무위키 카논


우리에겐 캐논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음악 형식 중 하나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돌림노래라고 부를 수 있다. 반복적인 노래로 인한 지리함을 달래기 위해 변주를 준 것이 캐논 변주곡이다.


음악에 대한 지식은 미천하지만 우리의 인생도 '캐논 변주곡'과 유사한 것은 아닐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 또다시 봄이 오지만 오늘의 봄과 이전의 봄은 비슷해 보여도 다른 봄이다. 인생도 그리하여 희로애락이 반복되지만 그때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르다. 기쁨에 대하는 감격의 마음도, 노여워함에 대하는 나의 깨달음도, 슬픔을 느끼는 마음의 여림도, 즐거움에 대하는 나의 흥도, 반복되어도 그때마다 나의 대응이 다르다.


과거의 아픔이 되돌이하였을 때 그 아픔의 옆자리에는 속절없이 아파했던 어린 내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랬던 자신이 안타까워 정작 아픔보다 과거의 나에 대한 애처로움이 더 깊어진다. 한 바퀴 더 돌아 또다시 아픔이 다가오면 자신을 보듬던 또 다른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여 '슬기로움'이라 표현을 할 수 있는 내가 된다.


누구나 변하지 않는 삶을 원한다. 평범하기를 바라는 욕심이지 않을까? 인생은 새옹지마처럼 희로애락의 중첩이고, 바퀴가 돌고 돌면서 앞으로 굴러가는 마차가 아닐까.


면을 뽑기 위해 밀가루 덩이를 도마 위에 굴려본 적이 있는가. 울퉁불퉁하던 덩어리를 굴리면 튀어나온 부분은 들어가고 움푹 파인 부분은 밀가루로 채워진다. 딱, 튀어나온 만큼. 반복해서 똑같은 힘으로 굴리다 보면 종잡을 수 없던 형태는 기다란 막대가 된다. 막대를 접어 굴리면 형태는 중첩되고 정갈해진다. 반복 또 반복을 하였을 때 여러 가닥의 가늘고 먹음직스러운 면발이 된다.


밀가루 덩이의 입장에서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 앞으로 밀어 붙임은 고통일 수 있다. 접혀 마주하는 또 다른 면 가닥은 과거의 자신이자 거울일 게다. 그렇게 중첩하여 만들어진 한 올 한 올 면발이 되니 끊어질 듯 얇은 부분도, 굴곡이 지고 두꺼워진 부분도 모두 맛난 질감을 줄 것이다. 모두 소중하다는 것이다.


오늘 내게 가해지는 부침이 있다면 그곳에서 머물러 끊어질 때까지 안타까워 하기보다 슬기롭게 굴러 굴러 그 상황에 대응했던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과정으로 여김이 어떠할지. 닮은 듯 닮지 않은 지금의 나와 과거들이 모여 완생에 이를 것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수타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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