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 시에서 배운 영감
유명한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시 '여행자의 집'은 나에게 늘 많은 영감을 준다. 업다운의 반복이 인생의 가장 자연스러운 진리라지만 다운의 소용돌이에 있을 땐 모든 나쁜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땐 정말 작은 일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아주 작은 것으로 예민해지고 우울해지는 스스로를 보게 된다. 입사 후 첫 3달 또한 나에게 그런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기대되는 역할이 있다는 게 그냥 부담스럽게만 느껴졌고 모든 게 버겁게만 다가왔다. 이전에 했던 인턴십에서 비슷한 기분을 겪었던 때가 생각났다. 자료조사 하나에도 내가 생각해도 왜 이걸 실수하지 싶은 작은 실수들이 많았고 워낙 활동을 좋아하던 사람이다 보니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 자체도 싫었다. 다시는 안 겪을 일이라 생각했는데 불과 몇 달 후 정식 직업을 시작했을 때 정말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메일 하나를 보내도 내가 쓴 것과 상사가 의미한 바가 다르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 전화는 오히려 오해를 만든 것 같았다. 실수를 만들기 싫어서 하나부터 열 끝까지 질문하면, 도대체 내가 주도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싶고 일을 오히려 더 만드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러다 보니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럴 때, 그리고 이전의 힘든 시기에서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 준 영감님은 페르시아 시인 루미였다. 이 시뿐만 아니라 많은 시가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왔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여행자의 집
잘랄 앗 딘 루미
너는 여행자의 집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낯선 이들이 드나드는 여행자의 집.
즐거움, 우울함, 비열함,
순간의 깨달음이
기다리지 않는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라.
그들이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아끼는 가구를 모두 없애는
슬픔의 무리일지라도
정성을 다해 환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가져다주기 위해
집 안을 깨끗이 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두운 생각, 날카로운 적의.
비겁한 속임수가 오더라도
문 밖까지 나가 웃으며 맞이하라.
귀한 손님처럼 안으로 모셔라.
누가 찾아오든 고개 숙여 감사하라.
문을 두드리는 낯선 사람은
너의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찾아온
미래에서 온 안내자이다.
이 시는 내가 스스로 버린 감정 찌꺼기에 파묻히지 않게 구해주는 시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 쓰레기통은 통상적으로 남들의 진상으로 내 감정마저 탈탈 털려버리는 상태를 가리킬 때 쓰이지만 나는 오히려 내가 버린 쓰레기들 때문에 힘든 것도 많다. 내가 왜 이것밖에 못하지 하는 부정적 감정들이 나를 갉아먹을 때가 많다. 특히나 부정적 피드백을 들으면 다른 사람이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럴 때 일 수록 이 시를 통해 감정을 다스리는 법, 좋은 시각을 갖는 법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객관적 상황은 있어도 상황에 대한 객관적 시각은 없다. 때론 한걸음 떨어져 나를 믿어주는 게 필요할 텐데, 남들의 평가는 조금 걸러서 듣고 스스로에게만큼은 가장 소중해야 할 존재인데 힘든 상황에선 그게 참 어렵다.
루미의 시는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쁘고 좋은 감정들을 오롯이 받아들이라 말하고 나에게 그 태도는 참 솔직해서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내 상황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틀에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지금 나에게 찾아온 손님이 어둠과 슬픔, 낙담이라도 곧 나에게 기쁨이 찾아올 것이나 너무 슬퍼만 하지 않으려 한다. 인생은 짧고 하루하루 행복하기에도 모자라니, 힘들면 조금 떨어져 흐름에 나를 맡기는 여유를 부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