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야

너는 네 생각보다 더 멋진 아이란다

by 은소
게임의 세계로 초대할게


어제 캐나다에 있는 몽이와 영상 통화를 하는데 영어 시험에서 지금까지 봤던 시험 중 최고 점수를 받아서 스스로 너무나 뿌듯해하였습니다.

신이 나서 시험지를 한 장 한 장 보여주며 자랑을 열심히 했습니다.

무뚝뚝한 엄마지만 몽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 열심히 하더니 높은 점수받았네. 정말 뿌듯하겠다! 몽이가 행복해하니까 엄마도 너무 행복해. ”

“ 근데 더 열심히 했던 날도 있었는데 그때는 점수가 잘 안 나왔어요. ”

“ 원래 시험이 그런 거야!

어떤 날은 별로 열심히 안 했는데 시험 점수가 잘 나오기도 하고, 진짜 열심히 했는데 아쉬운 점수가 나오기도 하고..

중요한 건 이번에 별로 열심히 안 한 것 같이 느껴져도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에 예상보다 높은 점수가 나온 거겠지.

그만큼 그동안 꾸준히 열심히 했다는 결과라고 생각해. 정말 수고했어.

엄마 생각에도 몽이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그러다가 점수가 잘 안 나올 때가 있어도 괜찮아.

그 점수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다음에는 좀 더 잘하기 위해 다시 힘을 내서 노력하면 그걸로 충분해. “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우울모드로 돌변하며 아빠, 엄마가 몽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말을 맥락 없이 꺼냈습니다.


우리 부부는 게임에 취미가 없어서 솔직히 몽이가 게임에 몰입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게임과 유튜브를 전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유튜브를 보게 되었나 봅니다.

한국에 있을 때 즐겨하던 게임 소개 영상을 보니 이벤트 중이라며 엄마가 대신 접속해서 게임에 참여해 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 엄마는 그거 할 줄 몰라. “ 했더니

” 내가 설명해 줄 수 있어요. “ 하는 겁니다.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게임에 대한 부탁을 하려고 엄마에게 우울모드를 시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간 ‘ 이 녀석 봐라? ’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감정을 가라앉히고 몽이에게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 몽이야. 아빠, 엄마는 게임이 재미가 없는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도 있거든. 그게 무슨 말이냐면, 몽이가 책 읽는 것이 즐겁지 않고, 공부가 재미없는 것과 비슷하게 아빠, 엄마는 게임이 재미가 없다는 뜻이야.

그래도 몽이가 게임할 때 옆에서 같이 보면서 호응해 주고 유튜브 영상도 같이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은 몽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야.

몽이가 쇼핑가기 싫어도 아빠, 엄마 따라서 같이 가는 것도 노력하는 거 알고 있어. 그런 거랑 비슷한 거지.

엄마가 몽이에게 책 읽는 것, 공부하는 것 무조건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몽이도 아빠, 엄마에게 게임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떻게 생각해? ”


우울모드를 시전 하느라 굳어져있던 얼굴이 부드럽게 변하는 것을 보며 몽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은 혼자서 힘들어하는 게 아니야


캐나다 연수가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또 얼마만큼은 편안해지고, 또 얼마만큼은 자랐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스스로 계획하고 목표를 삼았던 학습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소회였습니다. 중등 수학 학습량과 목표를 좀 더 강도 높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후회가 된다고 했습니다.


5개월 연수기간 중에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시점에 돌아보니 여러 가지 아쉬운 마음이 밀려오는 듯했습니다.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은 좋지만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후회와 고민에 빠지는 것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몽이가 저의 생각을 묻길래 이미 캐나다에 다녀온 선배들의 인터뷰 영상에서 보니 영어 단어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캐나다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단어 뜻을 몰라서 표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해결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고 캐나다 연수 이후에도 꾸준히 도움이 되는 것이 영어 공부라고 말하는 선배들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남은 기간은 지금까지 집중했던 수학 공부의 비중을 조금 줄이고 영어 공부에 좀 더 집중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결연한 표정으로 한국에서 가져간 생활 영어 책과 단어책을 활용하여 공부를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은 목표 설정과 계획부터 실천까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완벽하게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몽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의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 코치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실행 과정에서 점검받을 수 있고, 어려움을 직면할 때 상담과 코칭을 통해 적절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증제도를 통해 자기주도학습의 결과를 검증받게 되며, 인증에 통과하지 못하면 반복 학습과 보충 수업을 통해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먼저 인증을 달성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선생님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어려워도 도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받을 수 있고, 보충 수업을 요청할 수 있고, 기꺼이 그 수업을 함께 만들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구조라고 볼 수 있고, 다행히도 우리 학교 아이들은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초등 때는 시험이 검증의 수단이고 점수에 따라 성적의 순위가 정해지는 것으로 학습이 마무리되는 것을 경험했다면,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은 나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속도와 분량을 스스로 경험하고 수정하며 학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지난 1년간 자기주도학습을 하면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캐나다 연수 기간에는 영어 학습과 캐나다의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중심이다 보니 몽이가 자주 직면하는 학습적인 어려움에 대한 실시간 코칭의 부재로 인해 낙심하는 일이 자주 있는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홀로서기가 훈련되고 성숙하고, 다소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몽이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몽이야. 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 캐나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면 스스로 성장한 너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남은 시간도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길 기도할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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