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는 어떻게 하나요

이미 효도를 하고 있는 걸

by 은소
효도 방학


몽이가 다니는 학교에는(시골에 위치한 기숙형 대안학교) 어린이날을 포함하여 5월 첫 주간 1주일간의 효도 방학이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학교에서는 내년 신입생을 위한 봄 선발 캠프를 진행하고 재학생들은 모두 기숙사를 떠나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적극적인 효도를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다양한 미션을 주십니다.


이번 효도 방학은 몽이가 캐나다에서 연수 중인 관계로 우리 가족은 몽이가 없는 쓸쓸한 효도 방학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년 효도 방학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년 효도 방학에 몽이와 남편은 대디 캠프에 참여해서 아이스버킷 챌린지 영상 올리기, 온라인 줌 미팅(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하기, 아빠와 자녀 둘만의 1박 2일 여행 다녀오기, 부모님에게 직접 요리해서 대접하는 인증 영상 올리기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여 아빠와 자녀의 관계 회복, 깊은 이해를 위한 체험과 노력을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디 캠프는 우리 학교 학생들 모두가 졸업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1회 이상 참여해야 하는 필수 과정입니다.


사실 몽이와 남편은 평소에도 서로 매우 친밀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둘만의 시간을 보낼 때가 자주 있습니다.

제가 출근하는 주말, 또는 제가 컨디션이 좀 안 좋거나 피곤한 기색이면 남편은 몽이랑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공원에 가서 라면을 먹고 오기도 하고, 농구를 하러 나가기도 합니다.


워킹맘인 엄마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자고 두 사람이 저를 배려해 주는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죠.

그러다 보니 몽이에게 아빠는 편하고 친구 같은 존재이면서 때로는 약간 만만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남편은 몽이에게 서운해하거나 괘씸해하지 않고 그저 사랑으로 품어줍니다.

몽이가 선을 넘지 않고 적절한 수준에서 까불기를 멈추는 재주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효도가 뭐 대단한 거라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밴드에 몽이 친구들이 효도 방학 미션을 수행하는 인증 사진과 영상이 속속 올라오는 것을 보며 캐나다에 있는 몽이가 갑자기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휴대폰에서 몽이의 사진들을 최근부터 역순으로 차근차근 보다가 몽이가 어릴 때 스케치북에 비뚤비뚤하게 그린 캐나다 국기를 들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눈에 띄어 용기를 내어 밴드에 사진과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 효도 방학이지만 몽이가 집에 없으니 앨범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꼬꼬마 몽이의 모습이 반가워서 한 장 올립니다. 귀엽쥬? ’

친구들의 부모님들께서 몽이의 어릴 적 사진에 귀엽다는 댓글과 애정 어린 댓글들, 함께 그리워해주시는 반응들, 그중에서

‘ 몽이 미니미를 보니 지금이 청년 같은.. 효도 방학 때 어릴 적 사진 보시는 몽이 어머니.. 몽이 넘 만지고 보고 싶음이 느껴집니당 ㅠㅠ ‘

라고 남겨주신 한 어머님의 댓글을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씩씩하고 단단한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엄마가 되려고 애쓰고 있었구나..

저도 몽이가 너무너무 그립고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별 탈 없이 캐나다에서 잘 지내고 있는 몽이가 정말 고맙고 대견하구나..


사춘기라는 힘들고 치열한 시기를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몽이가 자랑스럽고 이미 효도를 그곳에서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들이 옆에 없는 효도 방학에도 엄마는 효도를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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