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거 극혐 하는 중2 아들과 엄마의 좌충우돌 도쿄여행
몽이 학교에 가정학습(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둘이서 도쿄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몽이도 저도 MBTI 성향 중에 P라는 것이 이번 여행을 앞두고 은근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무계획, 즉흥적인 우리 두 사람은 과연 야무지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몽이와 함께 했던 여행들을 돌아보니 외할머니와 함께 항공권 할인 이벤트에 맞춰서 갑자기 떠났던 2박 3일 제주여행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댁 식구들과 함께 갔습니다.
너그러운 친할머니, 자상한 친할아버지, 무조건 몽이 편 고모부와 아빠, 검색 요정 고모, 오빠 바라기 귀여운 나나를 구성으로 시월드 패밀리와 방학마다 여행을 다니곤 했습니다.
매년 몽이 생일을 기념하여 세 식구 가족여행이나 호캉스를 하는 등 소소한 이벤트를 했기 때문에 이번 생일은 몽이가 그토록 원하던 포켓몬 탐구 일본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입니다.
너의 스타일로 여행하렴
이번 여행의 딱 한 가지 조건은 엄마는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하고 나머지 일정은 모두 몽이가 짜보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A to Z 포켓몬이더라도..
여행 중 식사와 목적지 등 일정 계획을 몽이가 주도하기로 거듭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몽이는 여행 전날까지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고 포켓몬 카드를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알아보다가 그만두기를 두세 번 하더니 일단 일본에 도착해서 검색하고 당일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하였습니다.
출발하기 전부터 몽이의 그런 태도에 짜증과 스트레스가 밀려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어쩐지 호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몽이에게 모든 선택을 맡겨두긴 했지만 혼자서 흘깃흘깃 검색하며 정보를 수집하다가 알게 된 요즘 도쿄 여행객들과 현지인들에게 핫하다는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를 덜컥 예약해 버렸습니다.
그거라도 예약하지 않으면 이번 여행은 포켓몬 카드 판매처 검색만 하다가 끝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시부야 스카이 예약한 나 자신 칭찬해!입니다.
여행이라면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모두 사랑하는 핫 플레이스에 한 번쯤 가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도쿄 시부야 스카이
시부야 스카이는 도쿄만의 낭만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전망대였습니다.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연인끼리, 가족끼리 서로 사진을 찍고 즐거운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몽이는 너무 뜨겁고 덥다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여기에서 얼마나 머물 생각이냐며 조금 투덜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전망대 한편에 설치된 해먹에 드러누워 '아들아 엄마 사진 좀 찍어주겠니? 여행하면서 엄마 사진 단 한 장도 안 찍어주는 거 되게 섭섭해.'라고 말하며 서러움을 쏟아내었습니다.
그랬더니 몽이가 각성을 했는지 다양한 요구사항을 못 이기는 척 들어주며 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습니다.
야외 전망대 한층 아래 실내에도 통유리로 도쿄 거리를 볼 수 있는 공간들이 있어서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너무 기대가 과했지
떠나기 전에 예상했던 저의 계획은 몽이가 구글맵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해서 이동하는 방법을 스스로 실천해 보는 것, 현지에서 음식 주문과 계산도 몽이가 직접 해보는 것이었지만..
몽이가 실제로 한 것은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짐꾼 (꽃보다 누나의 이승기 배우처럼 짐꾼인지 짐인지) 역할을 성실하게 했다는 것과 포켓몬 관련 검색을 해서 이런 곳이 있는데 가보고 싶다고 저에게 요청하는 것..
하.. 저는 그때부터 착실한 비서가 되어 몽이의 목적지로 길을 안내하고 식당을 검색하고,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르면 결제를 해주고..
여행 중에 낯선 곳에서 늘 잠을 설치는 편인데 몽이 비서 노릇 하느라 지치고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낸 나머지 호텔에 복귀하면 초저녁부터 잠에 빠져드는 일을 참 오랜만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해
아쉬운 점이 만족스러운 점보다 많았던, 마음에 안 드는 상황과 행동을 참아주고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달콤하다가 살벌하다가 반복하는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꼈기에 다음 여행을 기대하는 것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짓기로 하였지요.
결혼 전 일주일간 프라하 여행을 계획하여 혼자 떠난 적이 있습니다.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프라하 소개 여행 책 한 권 들고 정보 검색하는 정도는 했지만 알차게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여행이었기에 발길이 닿는 곳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이 여유롭고 즐거웠습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이번 여행은 제 욕심과 기대에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해서 여유를 누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가 남기도 합니다.
몽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일 수도 있는데 저의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몽이에게도 압박과 스트레스를 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몽이야 엄마 인생사진 남겨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