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딜레마

알고리즘과 가짜뉴스.. 나랑 무슨 상관인데?? 속는 사람도 있다고??

by 은소

사춘기 중등 3학년 아들 몽이와 갱년기인 듯 아닌 듯 감정이 널뛰는 40대 엄마의 아슬아슬한 공생..


비장하게 시간 사용에 대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고, 게임과 유튜브 사용 시간을 제한하기로 약속을 해보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실천하기 힘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친구처럼 휴대폰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쉴 새 없이 다양한 소식과 알림으로 자극하며 손짓하는 개인 SNS와 미디어 속으로 자꾸만 관심을 돌리게 됩니다.


PC, 닌텐도, 아이패드.. 놀이와 재미가 가득한 미디어들.. 터치 한 번이면 곧바로 그 매력적인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립니다. 일단 시작하면 몇 시간은 물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번 주는 몽이가 외박을 나오는 주말이라서 셔틀버스에서 내린 후 곧장 치과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몽이는 시골의 기숙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2주마다 외박을 나옵니다.

학교에서 친구가 나눠준 사탕을 먹다가 교정 장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보수를 해야 했기 때문이죠.

벌써 몇 번째 교정 장치가 떨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시골 기숙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서울에 수시로 올 수가 없기 때문에 불편한 일이 가끔 있습니다.

한 번은 교정 장치가 빠져서 몽이가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었는데 서울에 바로 올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학년장 선생님께서 학교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교정 치과에 몽이를 데려가서 처치를 받도록 도움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몽이네 학교에서 가까운 치과를 수소문해 보았지만 교정 관련 처치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작년에 캐나다 연수를 다녀온 이후부터 개학 전까지 복잡한 교정 준비과정을 경험했고 교정 장치를 부착한 초반에는 아프고 힘들어서 진통제를 먹고 견딜 정도였지만 이제는 조심성 없이 뭐든 잘 먹을 만큼 교정 장치에 안정적으로 적응된 것이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봅니다. 이제는 장치가 떨어지거나 빠져도 나름의 노하우로 외박을 나오기 전까지 알아서 잘 버티곤 합니다.


주말 오후 낮잠의 유혹을 이겨내고 의식적으로 미디어로부터 분리되기 위해 몽이와 함께 집에서 탈출하여 카페로 왔습니다.

게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카페를 찾는 어쩌다 카공족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책상에 앉아서도 집중을 못하지만 카페에서는 억지로 집중하려고 애쓰기도 하고 잠시라도 몰입하여 숙제를 하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저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집에서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솔직히 별로 없습니다.

친구와 독서실 정기권을 등록하고 고요한 그곳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노트에 뭐라도 끄적이며 공부 비슷한 걸 해보려고 애쓰기도 하고, 어쩌다 한두 시간 집중이 잘되면 잠시동안 공부하는 정도가 대단히 성공적인 몰입의 시간이었다는 기억입니다.


지난 주말 몽이네 학교 선생님께서 외박 나오는 주말을 이용하여(몽이는 2주마다 외박을 나오는 시골 기숙학교에 다녀요..)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실천하라고 미션을 주셨습니다.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를 보고 가족끼리 네트워킹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약 90분 분량의 다큐인데 요즘 십 대들은 1분 남짓의 쇼츠를 즐겨보기 때문에 10분 이상 영상이나 정보를 보는 것을 무척이나 힘겨워한다고 합니다.

결국 몽이와 함께 30분씩 세 번에 나누어 다큐를 끝까지 보았고 다큐의 엔딩은 어떤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닌 각자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마무리였는데 제가 느낀 것은 알고리즘과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조명하며 강조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 자연스럽게 미디어에 젖어드는 것, 미디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미디어의 지배를 받는 지경에 이르는 것..

우리가 가족과 대면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휴대폰 속 정보와 영상들의 왜곡성과 진실성에 대해 진지하게 경계하지 않으면 분별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고 분별력을 잃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미 우리도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외박의 시간을 보내고 시골 학교로 돌아가는 몽이는 금요일, 토요일 약 30시간 동안 모든 에너지를 게임과 영상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러고는 일요일 오후 학교로 복귀하는 시간을 코앞에 두고 대략 두세 시간 정도 못다 한 숙제를 하려고 부담감을 끌어안은 채 카페에서 꾸역꾸역 공부를 해보려고 나름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 집중을 못하고.. 갑자기 어떤 친구는 부모님이 출판사를 운영하셔서 국어를 잘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어떤 친구는 영어 학원에 다녀서 영어를 갑자기 잘하게 되었는데 자기도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말하고..

영어를 잘하려면 무얼 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사실 이런 대화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캐나다 연수를 다녀온 후 몽이가 영어에 대한 니즈를 선생님께 요청하여 도움을 받아 매주 10분간 프리토킹을 하며 영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기회를 얻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채 학원에서 수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하고 원하는 인강을 찾아보거나 모르는 부분, 어려운 부분에 대해 선생님께 질문하고 토론하며 공부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

누군가 주입해 주는 공부를 욱여넣는 것이 아닌 차근차근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것..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몽이가 다니는 학교와 선생님이라는 것..


'잊지 말기를 바란다, 아들아!!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최소한의 의무이고 그보다 더 잘하고 싶으면 너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열심히 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겠니??

외박을 나와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더 잘하고 싶은 공부에 대한 시간과 노력을 꾸준히 쌓는 것..

그것을 통해 잘 해내는 영역에 이르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너의 몫이란다.

지금 여기 카페에 앉아서 하고 있는 공부는 결국 숙제를 하기 위한 시간일 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발전시켜서 더 열심히 하는 몽이가 되길 바라고 응원한다!!


아직도 학원에 안 보내고, 과외를 안 하고,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방치하고 뭐 하는 거냐며 우리를 걱정하고 경고를 보내는 친절을 가장한 강요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게요. 몽이야 우리는 우리의 길을 꿋꿋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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