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에 꼭 가고 싶어요.

날씨도 너무 덥고 비도 계속 온다는데 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

by 은소

몽이네 학년에서 운영하는 밴드 새 글 알림..

영상 속에 등장한 익숙한 크록스를 신은, 발목이 퉁퉁 부은 채 목발에 의지해 서있는 몽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가슴이 쿵, 언제 어쩌다가 부상을 입은 걸까요?


워낙 농구를 좋아하고 여유시간마다 모여서 농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이 모여있는 기숙학교니까요..

그날 오후 몽이는 걱정하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해주더군요.

요즘 전화가 뜸해서 내심 섭섭해하던 중에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아들내미입니다.

"엄마 너무 걱정 마세요. 원래 남자애들 다치면서 크잖아요.. 저 괜찮아요."


시골 기숙학교 남학생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골절, 인대파열, 타박상, 찰과상..

여학생들은 또 어떻고요.. 두통, 복통, 월경증후군, 어지럼증..

고열이나 감기, 몸살 증상 있는 아이들은 비타민과 수액도 놔주시는 고마우신 우리 보건 선생님..

보건 선생님이 참 바쁘신 몽이네 학교입니다.


몽이가 작년에 독감에 걸렸을 때도, 한창 코로나가 유행이던 중등 1학년 시절에 일찌감치 코로나에 걸렸을 때에도 빠른 조치로 비타민과 수액을 놔주셔서 크게 힘들지 않고 가볍게 지나갔던 것이 모두 보건 선생님 덕입니다.


매년 국토사랑행진을 조별로 팀을 나눠서 극한 체험을 함께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습니다.

6월 말부터 1주간 전교생이 참여하는 국토사랑행진 일정이 잡혀있는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5월 말 몽이의 발목 부상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림잡아 한 달이면 충분히 회복되어 국토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발목을 다치고 바로 다음날 학년장 선생님께서 몽이를 데리고 학교에서 멀지 않은 졸업생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받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초음파로 발목 인대 상태를 검사해 보니 중요한 발목 인대 3개 중에 2개가 심하게 파열되어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었습니다.

서울에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다시 받아보면 좋겠다고 하시며 의뢰서를 써주시고 부모님과 상의해 보라고 하셨다는.. 아..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외박 나온 몽이를 데리고 방문한 정형외과 전문 병원, 주치의 권유로 MRI 촬영하여 받은 진단 역시 인대 파열이 심하여 인대 봉합 수술과 입원, 또는 보호기 착용과 목발 사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소견이었습니다.

주치의는 가급적 수술을 피하고 부종이 가라앉은 후에 다시 평가해 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수술 없이 보호기와 목발 사용의 경우 최소 6주에서 8주를 회복기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몽이의 절친 빈이도 심각한 발목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빈이네가 선택한 치료는 한방 침치료와 물리치료를 1주간 집중하고 2주간 통깁스를 졸업해서 국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타이트하게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3주 만에 치료가 끝나고 국토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지요.


몽이는 샤워가 가능한 보호기 탈부착이 마음에 들었지만 치료기간이 긴 것과 목발 사용으로 인해 활동이 제한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빈이는 목발 없이 통깁스 상태로 제법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지만 샤워가 어렵고 통깁스로 인해 생기는 피부 트러블이 스트레스였습니다.

두 아이의 부상으로 빈이 엄마와 자주 소통하며 서로 격려와 위로를 나누었습니다.


몽이와 빈이의 부상 회복에 대한 이슈가 계속되는 중에 국토 행군 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몽이의 국토 참여 여부에 대해 주치의가 참여 가능 진단서를 써주시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몽이는 목발과 보호기를 착용한 상태로 주말에 1-2회, 주중에 1회 한방과 침치료를 지속하였습니다.

주말에는 집 근처 한의원에서, 주중에는 학교 근처 한의원에서 치료를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2주 후 빈이는 통깁스를 풀고 압박붕대를 착용하였고 몽이는 여전히 목발과 보호기를 착용하였습니다.


국토는 절대 안 된다는 주치의 소견을 듣게 된 몽이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부상을 입었던 빈이는 국토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절망하였습니다.

친구와 비교되는 치료와 회복 상황이 몽이를 더 힘들게 하는 듯했습니다.


국토사랑행진이 시작되고 빈이가 부상 회복 후에 무리한 행군을 힘들어하지 않는지 걱정되어 빈이 엄마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빈이도 국토 못 갔어요. 집에 있어요.'

빈이에게 좀 미안하지만 솔직히 저에게는 그 소식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선택한 치료, 주치의가 추천한 치료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 많았는데 몽이가 크게 내색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빈이네가 선택한 치료에 대한 동경이 있었지만 빈이도 국토에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몽이의 서운함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지 않았을까 하여 내심 위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남의 아픔이 내 기쁨이 되면 안 된다고 몽이에게 가르치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같이 아프고 같이 힘들면 서로에게 훨씬 위로가 됨을 또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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