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 두 번째 이야기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생님, 그리고 제자

by 은소

몽이는 섬세하고 예민한 성향을 가진 예민보스이지만 온화하고 정이 많은 사랑둥이에 다정다감한 아이입니다.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들은 새 학년이 되면 속앓이를 하는 편입니다.


예민보스 끝판왕


초등 1학년 첫 학기가 시작되고 며칠 만에 가벼운 기침으로 시작되었던 감기증상이 점점 심해지더니 편도염에 고열로 끙끙 앓다가 해열제 교차 복용조차 효과가 없어서 밤을 꼬박 지새우고 새벽에 응급실을 찾아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 응급실에 갔던 날, 엑스레이도 찍고 혈액 검사 등 여러 검사를 받느라 몽이는 더 지치고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해 해열제 주사를 맞고 몇 시간이 지난 후 응급실에서 귀가 허락을 받았습니다.

몽이와 우리 부부는 응급실에서 한숨도 못 자고 아침을 맞게 되었지요. 저는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오후에 출근하기로 일정을 조정했고, 몽이는 하루 쉬며 외할머니가 돌봐주셨습니다. 다행히 2~3일 만에 컨디션을 회복했고 학교 생활에 느리지만 서서히 적응을 했습니다.


초등 2학년, 초등 3학년 때도 학기 초 3월에 편도염과 고열, 그리고 응급실에 가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3학년때는 저녁부터 고열 조짐이 보이고 해열제를 교차로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 생기면 늦은 밤 응급실에 갈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약간의 요령이 생겨서 간단한 문진 후에 해열제 주사를 맞고 바로 귀가 요청을 드렸고 몽이의 진료 기록을 확인하신 응급실 담당 선생님께서 허락해 주셔서 집에서 쉬며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4학년이 되기 전, 2월에 시부모님과 시누이 가족들과 다 같이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여행 전에 감기가 다 나은 상태였던 몽이가 여행 마지막날 밤에 컹컹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더니 고열이 40도가 넘어서 어쩔 수 없이 제주도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찾아갔습니다.

몽이의 진료 기록이 없는 병원이다 보니 엑스레이와 혈액 검사를 요구하셨습니다. 우리 부부는 몽이의 과거 진료 이력을 설명하며 해열제 주사만 주실 것을 요청했고 다행히 추가 검사 없이 해열제 주사를 주셨습니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에 소심함이 더해져 우리 몽이는 새 학년이 될 때마다 불안과 두려움을 온몸으로 끙끙 앓았던 것입니다.


어서 와 기숙사는 처음이지


몽이가 중등 1학년에 입학한 곳은 기독교 대안학교이며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숙사 생활을 필수로 하는 학교입니다.

우리 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기회가 된다면 따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예민하고 소심한 아이를 기숙사에 보내려니 이번에도 응급실에 가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몽이 스스로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고 많이 컸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엄마 아빠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가 여전히 유지되던 시기여서 몽이가 지내게 될 숙소 내부에 부모는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기숙사 앞에서 짐을 내려주고 선배들과 생활관 선생님들께서 도와주셔서 몽이는 짐을 챙겨서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우리 부부는 몽이의 선배들 얼굴도 궁금하고 잘 부탁한다고 로비도 좀 하고 싶었지만 몽이는 선배들 눈치가 보이는지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지만 혼자서 눈치 보는 소심쟁이) 얼른 집에 가라며 자꾸만 우리 등을 떠밀었습니다.


기숙사 입실 후에 코로나로 인해 축소된 몇 가지 학교 행사를 짧게 마치고 학년장 선생님을 잠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긴장과 공포에 얼굴이 잔뜩 얼어붙은 몽이를 보며 학년장 선생님께서 ‘몽이야 우는 거 아니지? 엄마 아빠 가셔도 괜찮지?’ 하며 응원과 격려를 하셨지만 몽이는 조용히 저에게 다가와서 ‘근데 엄마 내가 너무 힘들면 데리러 올 거지?’라고 물으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듯했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와서는 선생님께서 밴드에 올려주시는 사진과 영상 속에서 우리 몽이를 찾느라 손과 눈이 바빴습니다.

지금도 그때 사진과 영상을 다시 보면 우리 몽이는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긴장감에 잔뜩 얼어붙은 모습이었습니다.


혹시 은따 시키는 거야


관계에 민감한 성향을 가진 몽이는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과 입학 후 첫 대면을 마주한 몽이는 누구와 같이 점심을 먹을지 누구와 같이 도서관에 가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다 고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입학 전에 참여했던 선발 캠프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몇 명 보였지만 먼저 다가서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몽이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친구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농구를 좋아하고 많이 합니다.

미디어 기기를 완전히 통제하는 우리 학교 특성상 아이들이 수업시간 외에는 운동이나 보드게임, 음악감상, 독서 등의 활동이 전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농구를 하자고 마음을 모은 친구 몇 명이 생겼는데 같이 농구를 하다가 물 마시러 몽이를 제외한 친구들이 기숙사로 들어갔고, 한참이 지나도 아이들이 농구장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몽이가 아이들을 찾으러 기숙사로 들어갔더니 그 아이들끼리 보드게임을 하고 있더랍니다.

몽이는 당황해서 ‘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너네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했더니, ‘아 이제 부르러 가려고 했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있던 보드게임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몽이는 그 상황이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났지만 그런 자신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는 친구들을 보며 그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몽이에게 전화 통화 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라서 약간의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물었더니 일단 자기가 상황을 지켜보고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몽이에게 너무 당황스럽고 속상했을 것 같다는 말과 그 친구들이 참 밉고 엄마도 화가 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몽이가 겪었던 부정적 감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가장 먼저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고 얼마 후 몽이가 이번에는 그 친구들에게 농구를 하자고 했더니 각자 다른 이유로 거절을 했는데 (예를 들면 한 친구는 누구랑 보드게임을 하기로 했다, 다른 친구는 자판기에 간식 사 먹으러 갈 거다, 또 다른 친구는 방에서 음악 들으면서 쉴 거다 등) 그래서 몽이 혼자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더니 그 친구들이 모두 같이 도서관에 모여 앉아 있더랍니다. 이번에도 몽이는 너무나 당황했고 어떻게 된 건지 물으며 혹시 지금 나 은따 시키는 거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친구 중에 한 명이 정색하며 ‘너 왜 우리 나쁜 사람 만들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라며 화를 냈다고 합니다.

몽이는 너무 속상해하며 울먹울먹 그 상황을 전화로 저에게 설명하였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멀어서 왕복 4시간 이상 거리를 가야 했지만 당장이라도 엄마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더니 일단 내일 친구들과 다시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몽이가 오히려 저를 진정시키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들 중에 한 명이 몽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고 했지만 몽이는 이미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듯했습니다.


존중과 사랑을 보여주신 선생님


저는 이 상황을 학년장 선생님께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몽이는 자기가 스스로 친구들과 해결해보고 싶다며 아직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몽이의 말을 듣지 않고 학년장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몽이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으니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지만 몽이를 따돌리는 의도성이 보이는 듯한 상황을 알게 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선생님께 부탁드린 것은 몽이가 선생님께 알리는 것을 원치 않으니 내색하지 마시고 지켜봐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학년장 선생님께서는 몽이가 친구들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시며 그 친구들을 당장 만나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 친구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고 다만 몽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조용히 위로와 격려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습니다.


우리 학교는 기독교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예배시간이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예배도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예배도 있습니다.

예배 시간 중에 학년장 선생님이 전해주신 말씀을 통해 몽이의 마음이 많이 위로받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마치 자기의 아픔을 아시는 것 같은 위로의 말씀과 격려의 말씀이 와닿아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엄마가 몽이의 아픔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고 했더니 아, 역시 그랬구나 라며 저와 선생님께 고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저와 몽이가 선생님께 친구들을 밝히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친구들에게 문제를 드러내고 화해를 시도하게 되면 몽이가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사과를 했고 정리가 된 상황인데 다시 문제 삼는 것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혹시라도 이후에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그때 이 문제를 다시 정리해 달라고 요청을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몽이가 용기 있게 친구들과 대화를 시도한 것에 크게 감동받으시며, 스스로 관계를 개선해 보려고 노력한 것, 그리고 친구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려고 자기의 상처와 아픔을 이용하여 친구들을 공격하는 일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몽이가 선생님 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훌륭한 아이라며 순수하게 진심으로 몽이가 존경스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우리 몽이가 너무나 대견하게 느껴졌고 몽이가 자기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한 뼘 더 성장하는 힘을 기르게 된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몽이는 사랑입니다


그 사건 이후 몽이는 학년장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마음에 몽이는 이제 다시 학교 생활이 즐거워졌습니다.

밴드에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에 몽이가 자주 등장하였고 학년장 선생님을 향한 사랑으로 몽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몽이를 담아주신 선생님의 넘치는 애정과 관심도 충분히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학년장 선생님께 톡이 왔습니다. ‘어머니 몽이 요즘 어떤가요?’

룸메이트 선배도 너무 좋고 학교 생활을 재미있어한다고 답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도 몽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어머니 몽이는 그저 사랑이에요. 너무 사랑스러운 제자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몽이에게 보여주신 사랑과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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