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별이었을 때 1화

궤도이탈

by 내면여행자 은쇼

그녀는 숨이 가빠지며 잠에서 깨어났다. 또 그 꿈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 자신이 별이 되어 빛나다가 폭발하는 꿈. 폭발 순간 가슴 한가운데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자신의 본질이 우주 전체로 흩어지는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불을 꽉 쥐고 있는 손가락 마디가 어느새 하얗게 변해 있었다.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꿈속에서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준 것 같은 감각. 그리고 그녀는, 이성적 설명이 불가능한 직감으로 그게 누구인지 알았다.


침대 옆 테이블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새벽 5시, 창문 너머로는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리고 있음을 인식했다. 평소라면 절대 이런 시간에 전화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이 번호를 누르기 직전, 화면이 밝아지며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하준의 이름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전화를 받았다.


"하준아?"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윤하야, 미안해, 이른 새벽에 전화해서." 하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평소와는 달랐다. 마치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사람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 목소리 속에는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은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혹시... 이상한 꿈 꿨어?"


윤하는 이미 답을 알면서도 물었다. "어떤 꿈?"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전화 너머로 하준의 심호흡 소리가 들렸다.


"그냥... 우주에 관한 꿈." 하준이 말을 고르며 대답했다.


"나도 우주에 관한 꿈을 꿨어." 윤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목소리에는 묘한 전율이 묻어났다. "내가 별이었어. 그게 정말 생생했어."


전화기 너머로 하준의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나도 똑같은 꿈을 꿨어. 내가 별이 되어 빛나다가 폭발하는 꿈." 하준의 담담한 목소리가 흔들렸다.


두 사람 모두 말을 잃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 구체적이었다.


"이건..." 윤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손가락이 이불 끝을 꼬집었다.


"우연이겠지." 하준이 재빨리 말했다. "우리가 별에 대해 얘기해서 그런 것 같아. 심리적 자극이 꿈에 영향을 준 거야."


"그래, 그렇겠지." 윤하는 동의했지만, 그녀의 직감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의 여운이 아직도 그녀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들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 이상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두려웠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 컸기 때문에.


윤하는 침대에 다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 빛이 천장에 불규칙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하준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자신이 오랫동안 느껴온 이상한 그리움에 대해, 별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깊은 연결감에 대해, 그리고 하준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강렬한 친밀감에 대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을 다시 만난 듯한 그 감각에 대해. 가슴 한쪽에서는 '그도 똑같이 느끼고 있어'라는 확신이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윤하는 침묵했다. 하준이 그녀의 감정을 비합리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들은 과학자였고, 과학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치 별의 핵심부가 두터운 외층에 가려져 있듯, 윤하의 진짜 마음은 표현되지 않은 채 깊이 묻혀 있었다.


*


한 달 후, 윤하는 큰 결정을 내렸다. 카리나 성운에 있는 특정 별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그것은 1년간의 해외 체류를 의미했다. 윤하는 떠나기 전 하준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천문대 옥상,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곳에서.


"나 내일 떠나." 윤하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 별은 몇 개 보이지 않았지만, 그중 가장 밝게 빛나는 하나가 마치 그녀를 부르는 것 같았다. 윤하는 계속해서 그 별을 응시했다. 하준의 눈빛을 마주하기 두려웠다. 그의 눈에서 무관심을 읽게 될까, 아니면 더 두려운 것, 자신이 떠나길 바라는 마음을 발견하게 될까 봐.


하준의 얼굴이 굳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마치 누군가가 가슴에 차가운 손을 얹은 것처럼. "그렇게 갑자기?" 하준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목소리를 통제하려 노력했지만, 말끝이 살짝 올라갔다.


"갑자기는 아니야. 한 달 전부터 준비했어." 윤하는 난간 위에 놓인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톱이 난간의 페인트를 긁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매일 말을 꺼낼 기회를 찾았지만, 매번 용기가 부족했다.


"한 달 동안 한 마디도 없었잖아." 하준은 셔츠 소매를 정돈함과 동시에 손목시계의 위치를 조금 조정했다. 항상 그랬듯이, 감정이 복잡해질 때면 무언가를 정돈하는 동작으로 자신을 진정시켰다.


윤하는 시선을 피했다.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다. "말할 기회가 없었어." 거짓말이었다. 여러 번 말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하준의 반응이 두려웠다. 그가 그녀의 떠남에 무심할까 봐, 혹은 반대로 너무 상처받을까 봐. 어떤 반응이든 윤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축하해, 좋은 기회네." 하준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담담해 보였지만, 관자놀이의 정맥이 미세하게 뛰고 있었다.


윤하는 하준의 침착한 반응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손이 난간을 꽉 쥐었다 놓았다. 윤하는 그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랐다. 하준이 "나는 널 기다릴게"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런 약속 한마디면 이 1년의 시간이 그리 두렵지 않을 텐데. 제발 그 말을 해달라고 소리 없이 외쳤다.


"1년 후에 돌아올 거야." 윤하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 슬쩍 하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 약속을 붙잡아주길, '기다릴게'라는 네 글자를 내뱉어주길 바라며. 그 짧은 순간 윤하의 눈동자에는 별빛보다 더 밝은 기대감이 어렸다.


"1년이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지." 하준이 말했다. 손가락이 난간 위에서 초조하게 움직였다.


이 말에 윤하의 가슴이 조여왔다. 하준의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지"라는 말은 마치 '내가 없어도 괜찮아', 혹은 더 나아가 '우리 사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윤하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정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의미를 해석하려 하면 할수록 더 혼란스러웠다. 그 모호함이 윤하를 더 아프게 했다. 손이 무의식적으로 목걸이를 만졌다. 윤하는 확실한 것을 원했다. 기다림의 약속이든, 아니면 명백한 작별인사든.


하준의 마음도 복잡했다. 윤하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 없이는 자신의 연구도, 일상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준은 그런 말을 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저 연구 동료였고, 그 이상의 관계를 정의한 적이 없었다. 윤하를 붙잡는 것은 그녀의 성장을, 그녀의 궤도를 방해하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준은 자신의 손을 주머니에 깊이 넣었다. 윤하를 붙잡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내가 연구할 별은 정말 특별해." 윤하가 침묵을 깨며 말했다. 그녀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그 별에서 나오는 빛이 지구의 특정 생명체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이 있어. 마치 그 별과 지구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는 것처럼."

하준이 고개를 들었다. 이 주제는 그의 관심을 끌었다. "양자 얽힘 같은 건가?" 눈동자가 달빛에 반짝였다.


"그런 것 같아. 우리 몸속의 일부 원자들이 그 별에서 왔을 수도 있어." 윤하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 아래에서 심장이 별의 고동처럼 뛰고 있었다.


"가끔은 내 안에 우주 전체가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치 내 세포들이 우주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기억이... 나를 어딘가로 인도하는 것 같아."


하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무언가 말하려다 참는 것 같았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마치 깊은 우주에서 중력에 이끌려 요동치는 천체처럼.


"흥미로운 가설이네." 하준이 마침내 말했다. 목소리에는 그가 감추려는 떨림이 묻어있었다.


"네가 그걸 증명할 수 있길 바랄게. 어쩌면... 그 증명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줄지도 모르니까."


마침내, 이별의 시간이 왔다.


"잘 가." 하준이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마치 자신의 진짜 감정이 목소리에 묻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잘 있어." 윤하가 답했다. 눈이 촉촉하게 젖었지만, 눈물을 참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밤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눈빛 속에는 말하지 못한 수백, 수천 개의 문장이 담겨 있었다. 말하지 않은 수많은 감정이 그들 사이에 무거운 성간 물질처럼 자리 잡았다. 공기 중에는 보이지 않는 끌림이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몸은 서로를 향해 기울어지려 했지만, 이성이라는 반발력은 그들을 각자의 위치에 고정 시켰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것은 없었다. 말해야 할 모든 것이 침묵 속에 묻혔다.


윤하가 돌아서서 걸어갔다.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의 등 뒤로 옥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그들 사이의 거리가 광년 단위로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준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난간을 꽉 쥐고 서 있었다. 너무 세게 잡아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이것이 옳다고, 하준은 자신을 설득했다. 윤하의 경력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신의 욕심으로 그녀의 빛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가슴은 납처럼 무거웠다. 몸 안의 모든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것처럼 타오르는 아픔이 번졌다.


그들은 마치 서로를 스쳐 지나는 혜성처럼 서로의 궤도를 이탈했다. 하지만 우주의 어딘가에서, 그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이 여전히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다.


<우리가 별이었을 때> 작품 소개 - 한창 별과 우주에 꽂혀있던 2025년 3월 집필한 작품이다. 칼 세이건의 유명한 명언 “우리는 별의 재료로 만들어졌다.” 그 문장에서 출발한 상상력이 솟아올랐다. "내 몸에 있는 별의 조각이, 자신의 고향별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리고, 같은 별에서 온 조각들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끌리는 것이 사랑이라면 어떨까?" 부산청년잡성장카페 프로그램을 통해 다듬고 또 다듬어서 공동출판했다. 부끄럽지만 용기내어 세상에 내놓는 나의 첫 작품이다.

창작 과정 포스팅 https://blog.naver.com/eunsound_99/22388224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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