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알려준 표현의 용기

by 내면여행자 은쇼

책장 속에서 한 권의 책이 스르륵 빠져나왔다.


모임 준비를 하면서 책장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책 한 권이 혼자 움직였다. 플라톤의 《향연》이었다.


책이 펼쳐졌고, 글자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걸어 나왔다. 종이 위의 실루엣이 점점 입체가 되어갔다. 키는 작았지만 그의 눈빛은 깊었다.


"자네가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네."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보며 소크라테스가 미소 지었다.


"왜 자네의 생각을 나누기를 두려워하나?"


"제 생각이... 너무 유치하게 들릴까 봐요. 특히 많은 사람 앞에서는..."


"유치한 생각이라..." 소크라테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아테네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미(美)란 무엇인가?',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물었을 때, 많은 이들이 날 비웃었다네. 하지만 그 '유치한' 질문들이 결국 철학의 시작이 되었지."


소크라테스는 내 책상 위 메모를 가리켰다. 거기엔 오늘 모임에서 나누고 싶은 질문들이 적혀있었다.


"자네가 던지는 질문은 자네만의 것이 아니야. 그건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것들이지. 부끄러워할 것이 없어. 오히려 자네의 진실된 목소리로 그 질문을 던질 때, 다른 이들도 자신의 생각을 나눌 용기를 얻을 걸세."


그가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억하게. 철학은 대화에서 시작되네. 완벽한 답을 가진 사람은 없어. 우리는 모두 함께 배우는 거야."


소크라테스는 사라졌지만, 그의 말은 내 안에 남았다. 오늘 모임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진짜 질문을 꺼내보기로 했다.


어쩌면 그 질문이, 우리 모두의 질문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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