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장의 속삭임
강진우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평범하게 늦게 일어나 평범하게 지각하고, 평범하게 상사에게 혼나는 일상을 반복하던 그에게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트름이었다.
"크으으억—"
회의실에서 갑자기 나온 트름에 모두가 강진우를 쳐다봤다. 그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지만,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인생이란 결국 가스처럼 참았다가 내뱉는 과정의 연속이다."
진우는 황급히 메모장을 꺼내 그 문장을 적었다. 우연히도 그 날은 회사 임원들 앞에서 새 마케팅 캠페인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준비해온 모든 자료는 뻔하고 지루했지만, 갑자기 떠오른 그 문장 하나가 전체 발표의 주제가 되었고, 임원들은 그의 '철학적 접근'에 감탄했다.
2. 발견
그날 이후 강진우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알아차렸다. 트름을 할 때마다 문장이 떠오르는 것이다. 작은 트름은 짧은 문장을, 큰 트름은 문단 전체를, 연속된 트름은 완벽한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는 혼잣말을 했다.
"크으억—"
"모든 창작자는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을 토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진우는 깨달았다. 자신의 몸이 창작의 도구가 되었다는 것을. 그의 위장은 그가 삼킨 모든 감정, 경험, 생각들을 소화하여 문학적 가스로 변환하고 있었다.
3. 실험
진우는 자신의 능력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그는 식탁 위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옆에는 트름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들을 준비했다.
- 탄산음료 한 병
- 양파가 잔뜩 들어간 햄버거
- 맥주 몇 캔
- 생마늘 몇 쪽
"펜 대신 내 위장을 사용해볼 시간이군," 그는 중얼거렸다.
첫 번째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탄산음료 반 병을 마신 후, 그는 연속으로 세 번의 트름을 했고, 그 결과 단편소설의 완벽한 도입부가 만들어졌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햄버거와 맥주를 함께 섭취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크으억—크억—크으으억!" 연달아 나온 트름에서 그는 곧바로 중편소설의 중요한 갈등 장면을 구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생마늘을 통째로 씹었다. 그의 위장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크으으으으으억!!!"
완벽한 결말이 탄생했다.
4. 성공과 대가
일주일 만에 진우는 자신의 첫 소설 《위장의 진실》을 완성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고, 놀랍게도 즉시 출판 계약이 성사되었다.
"당신의 글에는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편집장이 말했다. "마치... 오래도록 숙성된 것 같은 깊이가 있어요."
소설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비평가들은 그의 작품을 "소화되지 않은 현실의 완벽한 투영"이라고 극찬했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진우는 유명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명성에는 대가가 따랐다. 더 많은 책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진우는 더 강력한 트름을 유발하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창작이란 결국, 소화되지 않은 감정의 배출이니까," 그는 마늘 절임과 김치, 탄산수를 한꺼번에 입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5. 인공지능의 등장
진우의 두 번째 소설 집필 중, 세계적인 IT 기업에서 개발한 '버브(Burp)'라는 새로운 인공지능이 출시되었다. 이 AI는 사람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 소리를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었다.
어느 날 팬미팅 도중, 진우는 갑자기 트름을 참지 못했다.
"크으으억—"
그 순간, 관객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버브 앱이 활성화되었다.
[버브 AI 분석 중... 문학적 가치: 98%]
화면에 표시된 분석 결과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누군가 소셜 미디어에 이 장면을 올렸고, 순식간에 영상은 바이럴이 되었다.
"작가의 트름에서 문학적 가치를 발견한 AI!"
6. 역설의 순간
며칠 후, 버브의 개발사 CEO가 진우에게 제안을 했다.
"당신의 트름을 녹음해서 우리 AI에 학습시키면 어떨까요? '진우의 버브'라는 앱을 만들어, 사람들이 당신처럼 트름으로 창작할 수 있게 말이죠."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거액의 계약금도 따라왔다. 하지만 진우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가장 사적이고 생리적인 현상이 대중에게 공개되고, 상품화된다는 것이 불편했다.
"내 창작의 원천이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복제된다면, 나는 무엇이 될까?"
7. 마지막 걸작
고민 끝에 진우는 계약을 거절했다. 대신 그는 마지막 소설을 쓰기로 했다. 그는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었고, 위장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반응했다.
세 시간 동안의 끊임없는 트름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걸작 《소화되지 않은 영혼의 탄식》을 완성했다. 소설은 창작자의 고통과 기쁨, 그리고 상업화된 세상에서 진정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출간 후, 그의 소설은 '현대 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인정받았다.
에필로그
"이게 마지막 작품인가요?" 인터뷰에서 기자가 물었다.
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마지막이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트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써볼 생각입니다."
"다른 방식이라면?"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창작 방식이 있어요. 중요한 건 그것을 찾아내는 용기죠. 저는 우연히 제 몸이 저에게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렸을 뿐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진정한 창작이란, 결국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후, 카메라가 꺼졌을 때, 그는 조용히 한 번의 작은 트름을 했다.
"이야기는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