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번째 증상
이수민은 음대 작곡과 4학년이었다. 졸업 작품을 앞두고 그녀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빈 오선지를 앞에 두고 밤을 새우기를 반복했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있는 듯했다.
"이렇게 졸업할 순 없어..."
그녀는 창가에 서서 봄바람을 맞았다.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었다. 갑자기 코 안이 간지러워졌다.
"앗... 앗..."
"앗취!"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재채기와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 선명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도-미-파-도-레... 고음에서 시작해 부드럽게 하강하는 선율이었다.
수민은 놀라서 재빨리 피아노로 달려가 그 멜로디를 연주해보았다. 완벽했다. 마치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2. 발견
다음 날, 수민은 뒷산에 올라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봄날의 꽃가루가 가득한 환경이 필요했다.
"앗취!"
첫 번째 재채기. 힘있게 시작하는 베이스라인이 떠올랐다.
"앗... 앗취!"
두 번째 재채기. 현악기의 선율이 그 위에 얹혔다.
"아... 앗... 앗취-!"
세 번째 재채기는 길고 강렬했다. 완벽한 반전의 브릿지 파트가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수민은 깨달았다. 자신의 재채기 패턴에 따라 다른 음악이 들려온다는 것을. 짧고 강한 재채기는 역동적인 리듬을, 길고 부드러운 재채기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이건... 재채기로 작곡하는 거야?"
3. 실험과 고민
수민은 자신의 이상한 능력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그녀는 다양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모았다.
- 꽃가루 샘플
- 후추
- 고양이 털
- 먼지
그리고 그녀는 작곡 노트북을 옆에 두고 녹음 준비를 했다.
"내가 미쳤나?" 그녀는 자문했다. "하지만 이게 내 유일한 영감의 원천이라면..."
수민은 조심스럽게 꽃가루를 조금 흡입했다.
"앗취!"
동시에 그녀는 녹음 버튼을 누르고 떠오르는 멜로디를 허밍으로 녹음했다. 그리고 곧바로 피아노로 옮겼다.
"이건...내가 지금까지 작곡한 것 중 최고야."
그렇게 그녀는 하루 종일 다양한 '재채기 작곡법'을 시도했다. 꽃가루로는 서정적인 발라드가, 후추로는 강렬한 록 사운드가, 고양이 털로는 재즈풍의 멜로디가 떠올랐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다. 너무 많은 재채기로 그녀의 코는 빨갛게 부어올랐고, 목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렇게는 안 돼... 하지만 졸업 작품은 완성해야 해."
4. 공개 실험
2주 후, 졸업 작품 예비 심사가 있었다. 수민은 '계절의 소리'라는 제목의 4악장 교향곡을 들고 나타났다.
"이번 작품은 매우 실험적인 방식으로 작곡했습니다," 그녀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설명했다.
"어떤 방식인가요?" 작곡과 주임교수가 물었다.
수민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제 재채기 패턴을 분석해서 만들었습니다."
교수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각 재채기마다 특정한 음악적 모티프가 떠올라서, 그것을 기록하고 발전시켰어요. 봄에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재채기로 1악장을, 여름에는 선풍기 먼지로 인한 재채기로 2악장을..."
심사장은 순간 정적에 빠졌다가, 곧 웃음이 터져 나왔다.
"농담이겠지?" 한 교수가 말했다.
"아닙니다," 수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증명해 드릴게요."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그 안에는 고운 꽃가루가 들어있었다.
"이건..."
"앗취!!!"
강렬한 재채기와 함께, 그녀는 즉흥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심사위원들은 경악했다. 그들의 눈앞에서 평범한 학생이 천재적인 즉흥 연주를 펼치고 있었다.
5. 바이럴의 시작
수민의 '재채기 작곡법'은 대학 내에서 소문이 퍼졌고, 누군가 그녀의 심사 장면을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올렸다.
[충격] 재채기할 때마다 천재적인 음악이 떠오르는 음대생
영상은 순식간에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수민 씨, 정말 재채기를 통해 작곡하는 건가요?" TV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처음엔 저도 믿기 힘들었지만... 제 몸이 저에게 선물을 준 거라고 생각해요."
"실연해 주실 수 있나요?"
수민은 잠시 고민했다. 그녀는 작은 후추통을 꺼냈다.
"앗... 앗취!"
그리고 바로 건반 앞에 앉아 연주했다. 카메라는 그녀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춤추듯 움직이는 모습을 클로즈업했다.
6. 성공과 부작용
수민의 졸업 작품 '계절의 소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유명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그녀의 곡을 연주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고, 레코드 회사와 계약도 성사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지속적인 알레르기 노출로 그녀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다. 의사는 경고했다.
"이렇게 계속하면 만성 부비동염이나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물질을 피하셔야 합니다."
수민은 딜레마에 빠졌다. 그녀의 음악적 재능은 재채기에 달려있는데, 재채기는 그녀의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
"음악이냐, 건강이냐..."
7. 새로운 발견
고민 끝에 수민은 의학적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신경과 전문의는 그녀의 뇌파를 측정했다.
"흥미롭군요," 의사가 말했다. "재채기를 할 때 당신의 뇌에서는 특별한 활동이 일어납니다. 특히 창의성과 관련된 부분이 크게 활성화되죠."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재채기 자체가 아니라, 재채기 직전의 그 순간... 뇌가 특별한 상태로 전환되는 것 같습니다. 그 상태를 인위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수민은 희망을 발견했다. 의사의 도움으로 그녀는 명상과 특수한 호흡법을 배웠다. 그것은 재채기 직전의 그 찰나의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이었다.
8. 변화와 성장
6개월 후, 수민은 두 번째 앨범 '숨의 리듬'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알레르기 물질 없이, 오직 그녀가 개발한 특수 호흡법만으로 작곡했다.
신문 인터뷰에서 그녀는 말했다.
"재채기는 시작에 불과했어요. 그것이 저에게 가르쳐준 건, 우리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죠. 음악은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합니다. 단지 그것을 끌어내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거예요."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은 첫 앨범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비평가들은 "더 깊고 성숙해진 사운드"라고 평가했다.
에필로그
세계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수민은 작은 음악 학교를 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곡법을 가르쳤다.
"여러분 안에는 모두 음악이 있어요," 그녀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중요한 건 그것을 발견하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재채기일 수도, 하품일 수도, 심장 박동일 수도 있어요."
간혹 그녀의 코가 간지러울 때면, 수민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재채기를 통해,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멜로디를 발견했다.
"앗취!"
"음악은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