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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위에서 한 생각

by 내면여행자 은쇼

러닝머신, 되게 인생 같다. 계속 움직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밀려나서 다치니까.


걸을지 뛸지, 속도를 얼마나 낼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그저 기계가 정해주는 속도에 몸을 맞추며 걷기도 한다. 마치 인생에 끌려다니는 사람처럼.


매일 같은 걸음을 걷고 있는 것 같지만, 마음이 향하는 곳은 매번 달라진다. 어떤 날은 티비와 음악에 빠져 즐겁게 걷고, 어떤 날은 생각의 강물에 빠져 허우적대듯 걷는다.


속도를 올리면 뛰어야 한다. 그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저 뛰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도 잡념이 사라진다.“지금 여기”에 나를 데려다주는 건, 빠른 속도일 때도 있구나.


명상에서는 호흡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평소에는 잘 안 되는데 뛰고 나서 숨이 차오르면, 나도 모르게 내 숨을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나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는데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면 조금은 달라진 나로 서 있다. 오늘도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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