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가포르 자매님 Apr 26. 2019

나라별 TMI_러시아 편

모스크바 1년 살며 느낀 러시아

필자는 20살까지 한 번도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었고 성인이 되자마자 해외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심지어 대학도 해외로 공짜로 어학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 곳으로 갔고, 교환학생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겁나게 신청을 해서 운 좋게 4번의 교환학생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교환학생을 하면서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하였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3개월의 한 번씩은 꼭 여행을 하였다. 그렇게 꾸준히 여행을 한 결과 지금껏 총 24개 국가를 여행할 수 있었다. 

아무튼 각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나라별 TMI를 써보면 좋을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물론 굉장히 주관적인 거고 좀 오래돼서 정보가 틀릴 수도 있으니 참고 바람)




첫 번째 나라 러시아

- 지낸 기간 총 1년, 주로 머물렀던 도시 Moskva -


-   1년의 거의 60 퍼 이상이 겨울이라고 보면 된다. 겨울이 엄청 추운 건 아니지만 (모스크바 기준) 한 두 달간은 진짜 매우 춥다. -20도는 기본이라고 보면 됨. 보통 한국에서는 그냥 살이 춥지만 뼈가 시리다는 느낌을 처음 느꼈고 10분만 밖에 있으면 콧구멍에 숨 쉴 때마다 얼음 알갱이가 생기고 목도리에 입김이 닿는 부분은 얼음이 생긴다. 해는 또 엄청 짧아서 기본적으로 사람이 좀 우울해지고 실내에서 주로 지내게 된다. 왜 러시아에 우울한 소설들의 거장들이 많은지 이해가 갈 정도.


-   러시아 제설작업은 세계 최고인 듯 하다. 허리까지 눈이 차서 트램을 타야 하는데 집에 갈 수 있을까 어떡하지 걱정하면서 수업을 듣다 보면 어느덧 수업 끝날 때쯤 아주 깔끔하게 제설 작업을 해 논다. 제설 작업 우리나라에 수입하고 싶을 정도.


-   눈이 많이 와서 평소에 평지에서 스키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꽤 있다. 스키로 다니면 그냥 신발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다.  


-   러시아 애들은 -10도만 돼도 밖에서 놀기 좋은 날씨라며 자꾸 밖으로 불러낸다. 휴.. 난 춥다고 얘들아


-   러시아에 여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여름이 있다. 그것도 굉장히 쾌적한 여름. 건조하면서 따뜻하기 때문에 햇살이 따사롭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공원 곳곳에 사람들이 자빠져 누워서 햇빛을 즐긴다. 나도 해봤는데 진짜 너무 좋다. 다만 이게 한 2달 정도뿐.. 나머지는 겨울인 게 슬펐다.


-   러시아 공원 정말 최고다. 엄청 넓고 자연 자연에 나무들은 예쁘게 직선으로 위로 뻗어있고 동산(Hill)이 잘 없어서 걷기에 부담도 안되고 자전거를 타고 3시간을 돌아다녀도 공원이 너무 넓어서 충분하다. 러시아 여행 가면 공원은 꼭 가보시길!!


-   겨울에는 공원 전체를 스케이트 장으로 만든다. 겨울에 공원에 물만 부으면 스케이트장 완성이니까! 정말 거대한 스케이트장이다. 진짜 재미있다. 스케이트를 많이 타서 그런지 러시아 애들 대부분은 스케이트를 굉장히 잘 탄다. 역시 스케이트 강국.


-   모스크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아주 빠르다. 무서워서 핸들 꼭 잡고 탄다. 그리고 끝도 없이 지하로 내려간다. 핵전쟁 나면 지하철로 피신해도 될 듯(진짜 그 용도로 만들었다는 설이..)


-   모스크바에 젤 유명한 성당을 보고 깨달은 것. 아 에버랜드가 이걸 보고 빼꼈구나.


-   상트에서 백야를 처음 봤는데 우와 분명히 밤 11시 12시인데 해가 아직 있어. 뭔가 더 놀아야 할 것 같아! 하고 처음엔 신났다. 나중엔 루틴이 깨진다는 것과 야경이 그립다는 것을 깨닫고 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   러시아 여자들이 예쁘긴 하다. 과장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하루에 정말 김태희 급으로 예쁜 모델 같은 사람을 10명 이상은 본다. 근데 다들 예쁜 건 아니고 평균은 그냥 그저 그런데 예쁜 사람한테 예쁜 유전자 몰빵을 해서 예쁜 사람만 인형처럼 엄청 예쁘다. 정말 아이러니 한 건 중년의 아줌마들은 대부분 살집이 있고 Two 턱에 굉장히 푸근한 느낌이다. 어떻게 저렇게 이쁜 처녀들이 나이가 들어서 저렇게 변했을까 생각하면서 변화 과정을 떠올려보려고 했으나 어려웠다.


-   러시아 여자들은 강한 느낌이 든다. 목소리도 크고 일도 많이 하고. 여성 인권이 높다는 느낌이 드는 나라. 남자들이 깨갱 하는 장면을 꽤 많이 봤다. 멋진 러시아 여성들.


-   러시아 남자들은 생각보다 안 잘생김. 그리고 생각보다 푸틴처럼 마초 같은 스타일 별로 없다.


-   그래서 그런지 러시아에서 한국 남자들이 꽤 인기가 있다 (정말 왜 인기가 많을까 싶은 사람도 인기가 좀 있다). 러시아 남자보다 다정하다나 뭐라나. 한국 여자들은 너무 이쁜 러시아 여자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옐로 피버 있는 사람들 빼고는 반응이 그냥 그랬다 허허 또르르


-   한국인 여자에게 관심이 매우 많은 사람들은 뭐뭐 스탄 들어간 국가 사람들(대부분 저 숙련 노동자, 불법 이민자)이다. 아시안 여자 지나가면 캣 콜링(길거리에서 치근덕되는 것) 꽤 많이 한다. 기부니가 매우 나쁨.


-   하지만 동양인 인종차별은 대부분 남자들한테 심하게 한다. 여자한테도 인종 차별하지만 남자들한테 하는 것보다는 위협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   밤 10시 이후에 혼자 돌아다니면 무섭다. 


-   소지품 관리 잘해야 한다. 한 번은 백팩 메고 이어폰 끼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도둑들이 따라오면서 내 백팩 열고 지갑 가져 가려했음. 다행히 뺏기지는 않았다.


-   러시아 데이트 문화는 남자가 100% 처음부터 끝까지 낸다고 한다.


-   러시아 사람들은 다른 유럽 사람들이랑 보다 보면 정말 다르게 생겼다. 처음엔 구분하기 좀 어려웠는데 지금은 딱 보면 구분할 수 있다. 


-   러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불친절하고 차갑지만, 알고 보면 속은 정말 따뜻하다. 조금만 친해지면 집에 초대하고 먹을 거 주고 엄청 도움 많이 주고 잘해주고.. 러시아 친구들 짱


-   러시아에 북한 사람들이 꽤 있다. 거의 고위 간부급 사람 or가족들 느낌? 온갖 명품에 미국 그렇게 싫어하면서 아이폰 쓰더라. 북한 식당도 있다. 맛은 밍밍하지만 한식 대용품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꽤 자주 갔다. 우리가 신기해서 말 걸어보려고 하면 남한 사람과 말을 별로 안 섞으려고 하며 피한다. 이런 게 분단국가의 아픔인가 힝. 북한 여자들 예쁘긴 예쁘다.


-   북한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지 러시아 인들에게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 가끔 물어본다. 


-   고려인들도 종종 보는데 한국사람 보면 그렇게 잘해준다. 그리고 선조들이 열심히 살아서 2세 3세들도 대부분 좋은 직장에 아주 잘 살고 있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뿌듯했다. 


-   러시아 음식은 한국인 기준(내 기준)으로 별로다. 처음에 보르쉬(대표적인 러시아 음식, 양배추 끓인 국 같은 느낌)에 신 마요네즈 같은(스메타나)를 섞어먹는 거 보고 깜놀. 우리나라로 치면 김치찌개에 요구르트 섞어먹는 느낌? 아무튼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지만 러시아 가정집에서 한 두 달 정도 완전 세끼 다 러시아 음식 먹으면서 지낸 적이 있는데 먹다 보니 그래도 좀 맛있는 것 같더라.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듯 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러시아 음식이 그립지는 않다. 


-   러시아는 영화나 드라마 보면 러시아어로 죄다 더빙을 한다. 하 왜 그러냐 너네..


-   소련 잔재가 좀 남아있어서 그런지 러시아 사람들 대부분은 미국을 정말 싫어한다. 미국 비판하는 러시아 기사들이 그렇게 많다. 


-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러시아 사람인데 영어를 잘한다 하면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중국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느낌이다. 유럽 대부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이 모스크바에는 없다. 


-   푸틴이 무슨 아이돌이다. 푸틴 굿즈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 사람들 모두가 푸틴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약간 독재정치에 세뇌당한 느낌이다. 


-   러시아 상점은 파는 물건 종류의 명사를 간판으로 해놓는 경우가 꽤 많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치면 신발가게는 간판에 ‘신발’, 빵 파는 데는 ‘빵’, 이런 식으로. 보다 보면 간단해서 좋다ㅋㅋ


-   마트 가면 보드카가 무슨 한 마트의 섹션을 크게 차지하고 있다. 종류 엄청 많고 가격은 천차만별. 물보다 싼 보드카도 있음. 여담이지만 너무 싼 거 먹으면 다음날 실명이 될 수도 있는 보드카도 있다고 한다ㅋ 그래서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보드카를 사 먹었다. (많이 먹었다 쿨럭)


-   홈리스들 역 주변에 가끔 있는데 다들 보드카를 끼고 산다.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견디려면 보드카가 필수인 것 같아서 이해는 간다. 


-   모스크바는 외식비가 엄청 비싸서 홈파티를 많이 한다. 근데 홈파티를 정신없이 하다 보면 어둑어둑 해지지 않나. 밖이 춥고 어둡고 위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홈파티를 하면 꼭 1박 2일로 해서 담날 아침에 집에 가게 된다. 러시아 홈파티에 혹시 초대가 된다면 여행용 키트를 챙겨도 좋다.


-   마약을 하는 친구들도 가끔 봤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인 듯. 아주 착한 러시아 친구가 굉장히 당연하게 나보고 마약 해볼래 하며 손에 쥐어줬다. 결국 무서워서 안 했지만.


-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생각보다 굉장히 시끄럽고 불편하므로.. 웬만하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걸로. 정 원한다면 딱 하루만 해보는걸 추천합니다.  



결론. 러시아에서 1년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지만 다시 살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개인적으로(너무 추벙..) 여행은 다시 가보고 싶은데 한여름에 공원에 누워있기, 자전거 타기. 또는 엄청 춥지는 않은 적당한 겨울에 공원 스케이트 타러가기 등을 다시 해보고 싶다. 너무도 좋은 추억을 준 러시아에게 매우 감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