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하고 싶은 나라 방문해보기(싱가포르)
싱가포르로 해외취업을 하게 된 일련의 과정들을 적고 있습니다. 왜 많은 나라들 중에서 하필 싱가포르로 해외취업을 하기로 결심했는지는 전편에서 자세히 썼으니 참고 바랍니다. https://brunch.co.kr/@eunspiration/21
내 눈으로 싱가포르가 정말 해외 취업하기 적합한 곳인지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맛집 가고 사진 찍고 하는 여행객으로써의 여행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외취업을 위한 특별한 여행 계획을 언니와 짜기 시작했고 (뭐 거의 출장 수준이다) 우리가 꼭 확인해야 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1. 내가 상상하고 들어왔던 싱가포르의 모습이 정말인지? (ex. 길거리 깨끗, 치안이 좋음, 레스토랑에서 음식들이 깨끗한 편인지, 캣 콜링은 정말 없는지)
2. 현지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서 싱가포르 생활의 장단점 들어보기(적어도 10명 이상은 만나고 올 것)
3. 세계 어디를 가든 관광지는 깨끗하고 멋있는 편이니 관광지에서는 사직만 후다닥 찍고 로컬 쪽에서 진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엿보기
4. 따뜻한 날씨를 선호하긴 하다만 동남아의 후덥 찌 근한 날씨를 내가 잘 견딜 수가 있을지
이렇게 여행의 콘셉트와 원칙을 딱! 정하고 최대한 내가 이곳에 여행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로컬처럼 일하면서 살고 있다 라는 느낌으로 여행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먼저 링크드인 페이스북을 통해서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reach out을 하였다.
링크드인/ 페이스북 활용 막간 꿀팁!
- 링크드인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기에 정말 좋은 플랫폼이다. 해외취업을 해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싶다면 search 클릭> Peaple 클릭 > Location을 Singapore로 바꾼다. > 한국 사람 위주로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뜰 것이다. 만약 특정 회사를 검색하고 싶다면 Current company에서 search 하면 된다.
- 페이스북 그룹 중에서 Korean Professionals in Singapore (KoPros)라고 싱가포르 직장인들 커뮤니티가 있다. 비공개 그룹이긴 한데 가입 신청을 하면 들어갈 수가 있다. 여기서 관심 있는 분들에게 직접 페북 메시지를 보내서 약속을 잡으면 된다.
언니와 나눠서 각자 10명 정도에게 reach out을 하였는데 약속을 실제로 잡은 확률은 50% 정도였던 것 같다.
50%의 확률도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친절하게 우리를 맞이해주셔서 감동이었다.
메시지를 아예 읽지 않거나 답장을 안 한 분들도 물론 있었지만 사실 상처 받지는 않았고 그런 분들의 행동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어딜 가든 직장인으로서 일한다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고 누군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짬을 내서 식사 또는 커피를 하는 것이 사실 나에게 benefit을 주지 않으면 하기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한국에서 일할 때 가끔씩 무작위로 연락이 오는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줄 수가 없었다. 그저 우리를 만나주고 정보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고 성의표시로 되도록이면 우리가 밥 또는 커피를 사려고 했었다.
그리고 예전에 유럽여행을 혼자 할 때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여행한 싱가포르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도 만나자고 연락을 하였다. 다짜고짜 "니키! 나 앞으로 싱가포르에서 살고 싶은데 최대한 로컬스러운 곳으로 나 좀 데려가 줘!"라고 하였고 착한 내 친구는 바로 콜 하였다. (니키는 우리를 로컬 구역으로 구석구석 데리고 가주었고 로컬 음식도 맛보게 해 주었다. 로컬스러운 것도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하였다.)
아무튼 그렇게 매일매일 한 사람씩 만날 계획을 세우고 부푼 마음으로 싱가포르로 출발하였다!
실제로 본 싱가포르는 다행히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듣던 대로 길거리에 쓰레기 하나 보기 힘들고, 전반적으로 매너 좋은 사람들, 깔끔한 대중교통, 인도인 중국인 말레이인 백인 등등 정말 다양한 인구 구성, 레스토랑에서 음식의 청결을 굳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점 등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날씨는 물론 후덥 찌근 하긴 했지만 요즘 한국의 여름에 비해서 견딜만하였다. 그리고 실내는 워낙 냉방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더위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일부러 언니와 함께 관광지보다는 비즈니스 구역에 가서 알짱알짱거려보았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 그 속에서 같이 직장인 인척 하고 함께 밥을 먹어보았는데 솔직히 서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만 한 가지 정말 다른 점..! 그들이 영어 또는 중국어로 샬라 샬라 수다를 떠는 것을 듣는 게 그렇게 좋았다.
아 이런 환경에서 글로벌 동료들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더 강해졌고 싱가포르 취업을 더욱 열망하게 되었다.
한국분들과 만나서는 너무 궁금한 것이 많아 주로 질문폭탄을 던져댔는데 ㅎㅎ
주로 싱가포르에 직접 살아보니까 어떤지? 취업을 어떤 경로로 하게 되었는지? 싱가포르 물가가 비싸다고 하던데 살아갈 만 한지?
싱가포르에 살면서 가장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앞으로 한국에 돌아갈 건지? 현재 내 상황에서 어떻게 싱가포르로 취업을 해야 유리할지?
등등을 물어보았다.
당연히 사람들마다 각자 대답의 온도차가 달랐고, 싱가포르에 대한 부정적/ 긍정적 의견이 반반이었다.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대다수가 공감하는 것들은 이러했다.
1. 현재 우리가 한국에서 알만한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으나 싱가포르로 경력을 인정받아서 오기에는 조금 경력이 짧은 것 같다. (당시 1년 차 밖에 안되었었다.) 2-3년 정도 경력을 더 쌓고 온다면 더 괜찮은 포지션에 연봉도 꽤 괜찮게 받을 것이다. 물론 싱가포르 취업을 당장 원한다면 신입 포지션에 지원해서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싱가포르 신입 초봉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니 한국에서의 경력을 최대한 인정받고 오는 것이 연봉면에서는 유리할 것이다.
2. 싱가포르 물가 비싸긴 하다. 하지만 집, 차, 술, 담배 빼고는 물가가 서울과 비슷한 편이다. 집은 어쩔 수 없이 구해야 하는 거지만 차, 술, 담배를 추구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이라면 싱가포르 샐러리로 생활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3. 싱가포르는 정말 능력 베이스이다. 능력만 된다면 연봉 높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실제로 2-3년 차에 연봉 1억 이상인 분들이 몇 분 계셨다.)
4. 싱가포르는 이직이 굉장히 잦은 편인데 보통 2-3년에 한 번씩 이직을 한다. 보통은 이직을 하면서 연봉이 점프 점프하게 된다.
5. 싱가포르 사람들은 일할 때 ‘정’이 없는 편이다. 자기 혼자서 배우고 살아남아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서는 떠먹여 주는 건 기대해서는 안된다.
6. 싱가포르는 사람 자르는 것도 한국보다 훨씬 쉽다. 퍼포먼스가 좋은 편인데도 회사 사정으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도 있으니 항상 회사를 믿지 말고 플랜 b를 생각해두어야 한다.
7. 일하는 것이 결코 이곳에서도 쉬운 건 아니지만 워라밸은 한국보다는 훨씬 좋은 편이다. 다만 싱가포르가 꽤 심심한 나라이기 때문에 딱히 퇴근 후에 할 것이 없다. 본인이 여가시간을 의미 있게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면 좋다.
8. 싱가포르에서 사람들 사귀기는 정말 쉽다. Meet up과 같은 모임이 활성화되어있기 때문에 친구 사귀고 하는 것은 딱히 걱정 안 해도 된다.
9. 1년 내내 덥기 때문에 체력이 금방 떨어진다. 와서 체력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운동을 살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10. 싱가포르가 처음에는 좋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질릴 것이다. 보통 그 고비가 2-3년 정도에 온다고 한다. 싱가포르가 정말 맞아 눌러앉는 사람도 있고 고비를 넘기지 못해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대다수다. 대부분 돌아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배우자를 찾지 못해 돌아가는 경우도 꽤 있다.
11. 외국인이 정말 많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 사람들을 만나며 국제적인 인맥을 쌓을 수가 있을 것이다.
12. 영어로 일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금방 적응하게 되니 걱정 안 해도 된다.
13. 중국어를 잘하면 유리할 것 같지만 의외로 일본어를 잘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일본은 잡마켓 사정이 좋기도 하고, 일본인이 해외를 잘 안 나오며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잘 없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일할만한 일본어 스피커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내 눈에 콩깍지가 이미 씌어서 그런 걸까. 싱가포르의 단점을 들었을 때는 이 정도야 뭐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장점을 들었을 때는 역시!! 싱가포르 클래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한 시간을 내서 만나주신 분들에게 follow up으로 고마웠다는 메시지를 꼭 남겼고 그렇게 해서 싱가포르 취업이 된 지금까지 좋은 인연으로 꾸준히 이어진 분들도 있다.
아무튼 견물생심이라고 결론은 싱가포르를 직접 보고 더 여기서 살고 싶어 졌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서 본격적으로 싱가포르 취업을 준비해서 꼭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다짐하게 되었다.
> 세 번째. 한국에서 싱가포르 취업 시도해보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