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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가포르 자매님 May 16. 2019

해외취업 준비_나라 정하기

첫 번째 단계.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정하기(싱가포르로 정한 이유)

해외취업or이민가고 싶으세요? 해외취업을 하기 전에 꼭 생각해봐야 할 것.


대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해외취업을 꿈꿔왔었다. 하지만 해외취업의 환상과 같은 막연한 끌림만으로 도전을 했다가 후회를 많이 했었다는 후기도 보고. 실제로 경험을 해본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서 해외취업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해지기로 했었다. 최근에 내가 싱가포르에 취업을 해서 해외취업에 성공했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전하면 내가 이 해외취업의 꿈을 한 1년 정도 단기로 꿈꿔왔고 그걸 이뤘구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실 해외취업은 나에게 대학생 때부터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던 거의 근 5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였었다! 그래서 해외취업에 성공했었을 때 남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혼자서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어떤 단계별로 해외취업을 구체화시켜왔는지 그 절차들에 대해 적어보고 싶다.




첫 번째 단계.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정하기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한때 유행했던 단어 ‘헬조선’을 떠올리면서 해외취업을 열망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아직도 많은 직장인 및 취준생들이 해외취업의 ‘꿈’을 가슴 어느 한 켠에는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막상 그럼 어디서 일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두리뭉실하게 대답을 한다. 뭐 미국, 캐나다, 유럽, 싱가포르, 호주 등등? 이런 식으로. 그냥 뭐 나가면 무작정 좋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물론 나가면 무작정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취업을 한다는 것은 그 나라에서 적어도 1년 이상은 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년은 정말 미니멈. 결혼이나 다른 변수들로 인해서 평생을 그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 나라를 막연히 그냥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 정한다고? 운이 좋아서 그 나라와 어떻게 맞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그 나라를 싫어하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한국은 생각보다 굉장히 살기 좋은 나라이기 때문에(물론 한국에만 있으면 체감이 안되지만) 우리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도 사실 꽤 높은 편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나라를 찾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우선 나만의 살고 싶은 나라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가 맛있는지 알려면 많이 먹어봐야 한다. 어디 나라에 가서 살면 좋을지 알기 위해서도 많은 나라를 우선 돌아다녀보는 게 최고다. 그래서 여행을 그렇게 많이 했다. (약 24개국) 대학생 때는 해외에 나가서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지원하였고(러시아, 스페인, 중국 교환학생 경험) 직장인이 되어서도 3개월에 한 번씩은 꾸준히 여행을 하였다. 여행 자체가 좋아서도 여행을 하였지만 더 큰 목적은 앞서 말했듯이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많은 나라에서 살아보고 여행을 하다 보니 나만의 Ideal 한 나라의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서 필자가 여행을 많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깨달을 수 있었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여행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여행을 그렇게 많이 못하는 환경에 있더라도 본인 포기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은 생각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더운 건 죽어도 싫어! 이런 건 한국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 아닌가. 꼭 여행을 통해서 살고 싶은 나라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해외취업을 위해서 본인만의 살고 싶은 나라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1. 안전한 곳 


안전하다는 게 납치 안되고 강도 없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느끼는 소소한 안정감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예를 들어 홈리스가 너무 많으면 그들이 나에게 뭘 딱히 하지는 않더라도 괜히 위협을 느꼈고, 칠칠맞은 나는 소매치기가 많은 나라에서 항상 표적이 되었었다. 또한 캣콜링(지나가는 여자에게 추근덕 대는 것)이 그렇게 싫었다. 캣콜링은 내가 매력 있는 여자라서 추근덕 된다기보다는 만만해 보이는 동양 여자이기 때문에 찌질한 남성들이 그냥 찔러보는 것이었다. 일종의 인종차별이었기 때문에 캣콜링을 당할 때마다 짜증이 치솟았다. (꼭 보면 찌질한 ㅅㄲ들이 한마디씩 던짐) 따라서 캣콜링이 전혀 없는 나라를 원했고 전혀 없는 나라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또한 소매치기가 일상에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치안은 굉장한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한국 사랑해요)

어찌 되었든 이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많은 나라들이 걸러지게 되었다. (유럽 대부분, 러시아, 미국, 터키)


2. 인종차별이 없는 곳


1번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얘기인데 여기서 말하는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Yellow monkey! 캣콜링 등으로 모욕감을 받는 다던지 그런 hardcore 한 인종차별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아주 교묘하게 내가 인종차별을 받고 있는 건가? 하고 긴가민가 하게 만드는 그런 것도 인종차별 범주에 포함을 시켰다. 예를 들어 바에서 술을 시켰는데 백인 먼저 준다던 지, 마트에서 다른 백인들은 봉지에 물건을 담아주는데 나는 내가 담으라고 한다던지. 하는 정말 사소한 것들. 내가 예민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자국에서는 겪지 않아도 되는 인종차별을 다른 나라에서 겪으면서 까지 해외취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정말 서러운 외노자 느낌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백인이 위주인 나라들은 어느 정도 인종차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아시아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시아에서는 다들 비슷하게 생겼으니 인종차별을 할래야 할 수가 없지 않나.


3. 따뜻한 기후의 나라


모스크바에서 1년을 살면서 와.. 추운 게 정말 고통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추위, 더위에 둘 다 강한 강철 체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나는 추운 게 더 싫었다.

반면 햇빛의 나라 스페인에서 살 때는 그렇게 행복했다. 빨래가 바싹바싹 마르는 것도 좋았고 바닷가에서 선탠을 하며 잠드는 것도 너무 좋았다. 나는 따뜻한 나라가 좀 더 맞는구나 따뜻한 나라로 가야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다.


4. 다양성이 존중되는 나라


러시아, 스페인, 중국에서 교환학생 경험을 해보고 미국에 한 달 정도 여행을 하였는데 정말 충격이었다. 그동안 교환학생을 하면서 각 나라마다 매력을 조금씩 느꼈고 이런 것들이 섞여서 잘 어울려져 있는 나라가 없을까 생각하던 참에 다양성의 나라 미국을 발견한 것이다. 미국에서는(특히 샌프란시스코) 한 블록 지나면 스페인어가 들리면서 스페인 음식점이, 또 한 블록 지나면 차이나 타운이, 그다음에는 러시안 힐이.. 그 당시 나에게는 정말 파라다이스 같이 느껴졌다. 마치 뷔페처럼 내가 좋아하는 문화들을 한 곳에서 다 맛볼 수 있다니 하고 말이다. 다양성이 왜 그렇게 좋냐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서 한자리에 있으면 한스팟에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가성비 좋은 세계 여행이라고나 할까? 물론 절대로 그렇게 한데 어울려서 산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잘만 이용한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배우고 성장해나가고 시너지를 발현해나간다. 다양성 그 자체가 미국의 힘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미국에는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캣콜링과 인종차별이 존재했다. 휴 미국과 같은 나라가 또 없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5. 적어도 한국 수준의 청결


상해에서 4개월을 살고 솔직히 말해 질려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매번 음식을 먹을 때마다 청결 걱정,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이게 진짜 달걀인지 아님 인공인지 하는 불안감, 지하철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사람들의 머리 냄새들. 나는 어딜 가든 잘 먹고 잘 잘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중국만큼은 아니었다. 사실 상해뿐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 곳곳에서도 길거리에서 굉장히 지저분한 것들을 생각보다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굉장한 불쾌함을 느꼈다. 내가 그리 깔끔한 사람이 아님에도 이런 일상적으로 느끼는 청결함이 생각보다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적어도 한국처럼 먹을 때만큼은 굳이 걱정 안 해도 되는 정도의 나라에 가서 살고 싶었다.


6. 한국인으로서 downgrade 시켜도 되지 않는 나라


해외취업을 한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외노자가 된다는 것이다. 외노자로서 자국에서 본인이 일 할 수 있는 수준 그대로 해외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한 것이다. 보통 이과 쪽은(프로그래밍 or 연구 쪽등) 기술이라도 있으니까 기술을 인정받아서 downgrade를 시키지 않아도 되지만, 말로 먹고사는 문과생은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 downgrade를 시킬 수밖에 없다. 또르르 ‘그래서 한국에서 박사였던 사람이 미국에 가서 세탁소 연다’라는 뭔가 한쪽 가슴이 아려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볼 수가 있고 그게 바로 현실이다. 종종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인데 ‘나는 한식당을 해도 좋으니 그냥 외국 나가서 살고 싶어’라고 말하는 지인들을 만난다. 근데 과연 정말 그럴까? 정말 내가 한국에서 누리던 것들을 포기하면서 까지 해외에서 그렇게 살면 행복할까? 나는 한국에서 보다 더 많은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upgrade 하기 위해 해외로 가고 싶은 것이지 그곳에서 진짜 ‘외노자’로서 가기는 싫은데.. 어느 정도 어학능력을 가진 문과 출신 한국인으로서 downgrade를 시키지 않아도 되는 나라는 내가 알기로는 딱 두 나라뿐이었다. 바로 싱가포르와 홍콩. 그 외에 다른 선진국인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곳에서는 내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싱가포르와 홍콩 중에서 어딜 가야 하나.


답은 간단했다. 상해에서 살았던 4개월의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나는 청결에 민감하고 너무 본토 중국스러운 느낌은 싫어했다. 홍콩에서 1년간 해외 취업을 최근에 경험한 지인에 말에 따르면 그가 경험한 불쾌한 것들이 내가 중국에서 느꼈던 것들과 비슷했다. 그래서 깔끔히 홍콩은 포기!


결국 싱가포르만 남았다.

안전하고 캣콜링없고 거의 아시아 버전 미국처럼 다양성이 존중되고 아시아니까 당연히 인종차별도 없고 따뜻하고 깨끗하고 한국인으로서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도 있고! 와 내가 생각했던 조건들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나라도 찾기 쉽지 않은데, 싱가포르를 생각해내고 나서는 정말 유레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4개국을 여행한 끝에 살고 싶은 나라를 싱가포르로 정하기는 했는데..

문제는 한 번도 가보지를 않았다. 분명 막상 가면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을 거고,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싱가포르로 확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싱가포르에 직접 가보기로!


>  두 번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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