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꼭 싱가포르는 아니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런치는 분명 해외취업 팁을 주기 위해 개설한 게 맞으나, 화장실 갈 때 마음 올 때 마음 다르다고 취업을 하고 나니 자꾸 다른 얘기로 새는 브런치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쓰는 게 맞으니 짧지만 알차게(?) 싱가포르에서 썸을 탔었던 나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물론 해외 취업 팁 포스트도 꼭 쓰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연애 고자라 불린다. 나에게 연애 고자의 정의는 이렇다: 본래의 매력 대비 상대에게 어필하는 매력이 적은 것 (뻔뻔하군ㅋㅋㅋㅋ) 그러니 우선 이 글은 엄청난 썸 노하우를 담은 글은 절대 아니고, 해외에서의 썸은 어떤 루트로 타는지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의 경험으로는 동아리, 학교 등 단체 생활에서 정든 경우 말고, 작정하고 상대를 찾고자 할 때는 주로 소개팅 혹은 미팅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싱가포르 및 해외에서는 가장 흔한 루트가 데이팅 앱이다. (체감 상 주변 60%~70%는 되는 것 같다.) 요즘 한국도 많은 커플이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긴 하지만 이를 밝히기 꺼려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포함한 외국에서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이를 당당하게 밝히는 편이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Expat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을 칭함 a.k.a 외노자)이 많은 나라이니 만큼 각종 파티가 많다. (보트 파티, 바비큐 파티, 생일파티, Farewell 파티 등등) 그러니 파티를 통해 만나는 커플도 적지 않은 편이다. 취미 혹은 공부를 하는 밋업도 잘 활성되어 있어 자기 발전도 하고 연애 발전도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글로벌 한 도시답게 여행하다가 만나 함께 싱가포르에 정착한 커플도 꽤 있다. (이 외 콘퍼런스, 이벤트 등등)
한국에서 썸은 보통 3~5번에 데이트를 한 뒤, 서로 호감이 있다면 오늘부터 넌 내 남자 친구 난 네 여자 친구로 관계 정의를 한 뒤에야 연인 간의 친밀한 활동(?)이 허용되는 편이다. (5년 이상된 데이터라 아니면 알려주세요) 만약 썸을 오래 끌거나 연인도 아닌데 자꾸 연인 같은 행동(?)을 하려 한다면 '이쉬끼 어장관리 하나'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외국에선 보통 소위 ‘Getting to know’ 기간을 거치는데 이는 짧게는 몇 번의 데이트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 기간엔 누가 밖에서 보면 서로 연인과 별 다를 바 없는 친밀감을 쌓는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데이팅 상대를 만나도 천하의 나쁜 xx는 아니다. 이렇게 데이트를 하다가 상대와 Exclusive relationship(음 난 너만 만나고 싶고,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즉 사귀는 개념)을 갖고 싶다면 비로소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성사되면 사귀게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에서의 썸은 서로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해냈다는 의미로 스파크가 끝나는 100일을 기념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의견) 반면 외국에서의 썸은 ‘와 씨 이렇게까지 쿨해야 하나 아니 이게 왜 쿨한 거지’라는 혼란을 경험하게 한다. 예를 들어 ‘I am just looking for a casual relationship’ 라 말하며, 감정이 깊어진 상대의 진심을 무시한다든지 혹은 다른 데이팅 상대를 너무 다양하게 그리고 너무 당당하게 만나며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든지 갑자기 Goasting (잘 썸 타다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연락 안 하는 것)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놈들은 그냥 나쁜 놈임)
나는 사회마다 관계의 각 Stage를 어떻게 부르느냐가 다른 거지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 관계를 쌓는 과정은 결국 만국 공통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일련의 망한 썸을 경험하며 해외에서 유달리 나의 ‘연애 고자’ 기질이 두드러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동생 및 주변 연애 잘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그들의 조언을 듣고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비슷한 한국 사람들을 위해 잊지 않도록 기록의 의미로 포스트를 쓰고 싶었다.
honesty is probably the sexiest thing
경상도에서 자라서 그런가 운동선수여서 그런가 첫째라 그런가 아무튼 나는 감정을 살피고 이를 (특히 데이팅 상대한테) 표현하는데 약하다. 예를 들어 기분이 좋으면 미국 아줌마처럼 방방 뛰면서 표현하지도 않고, 기분이 나쁘거나 No를 외치고 싶어도 삭히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한국에서는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크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해외로 나오니 이를 못하면 바보였고 특히 썸에서는 더 중요했다. 쉽게 일화로 풀어보겠다.
(배경 설명: 나랑 썸 타던 남자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행동과 말을 했음. 나는 그 자리에서 괜찮은 ‘척'했고, ‘내가 말하지 않았지만 넌 찰떡같이 알아야 해’라는 전략을 펼치며 연락을 이틀간 무시함 그러다가 썸이 정말 급속도로 냉각됨 이에 직장동료이자 친구(미쿡사람)에게 조언을 구함)
나: 슬퍼 얘 사실 되게 좋은데, 이제 나한테 식었나 봐
친구: 그런데 왜 애초부터 연락을 하지 않은 거야? 네가 원하는 결과가 이거였어?
나: 아니 얘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행동을 했어.
친구: 근데 왜 그 자리에서 혹은 나중에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거야?
나: 내 예상 시나리오는 뭔가 삐졌다는 눈치를 주면 상대가 안달 나서 나한테 왜왜 캐물을 거고 그때 얘기하려 했지.
친구: 음 내가 너라면 우선 그 자리에서 너의 기분을 표현하려 했을 거야. 너무 좋은 티를 내면 얘가 나를 쉽게 보겠지 혹은 싫은 티를 내면 나를 싫어하겠지 하면서 상대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두려워서 행동을 제어하지 마. 내 경험으로는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90%로는 내 감정에 공감해줬어. (아닌 10%는 그냥 거르면 되고) 너를 솔직히 표현하는 것은 너의 몫이고 이에 대한 반응은 걔 몫인 거야.
띠용, 그렇다. 나는 '훗 연락 3:7법칙, 너무 좋은 티 내지 말기' 등등 쓸데없는 밀당 테크닉을 어설프게 실천하며 정작 내 진심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어쩌면 이래도 상대가 날 좋아해 주겠지 하며 일방적인 것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썸은 상호작용이며 서로에게 친밀감을 쌓는 것이지 내가 뭘 해도 나만 좋아해 주는 바보온달은 (특히 밀레니어 세대에서는) 거의 없다.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가 가장 매력 있는 방법이다.
자신의 충만한 삶을 살기
저절로 밀당하는 방법. 내 삶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너무 상대만 만나지 말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인사이트를 얻고, 자기 개발을 하고, 운동하고 본인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물론 상대가 배제되었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면서 함께 퀄리티 있는 시간을! 진하게! 보내면서 말이다.
(내 브런치 글 중 가장 장문인 건 기분 탓이겠지) 아무튼 항상 이론 말고 실전이 중요하다! 나는 우리네 경상도 아빠들처럼 표현에 약한 떡 두꺼비는 되기 싫다. 또한 영어는 좀 더 다이렉트 하고 솔직한 언어이다 보니 나에게 위의 내용(특히 솔직한 표현)을 실천하기에는 괜찮은 환경이다. 그러니 연습을 많이(응?) 하며 진정 매력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