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11월 프리랜서 일지

행사를 참가 한다는 것

by 은수

11월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과거의 내가 벌려둔 일을 수습하는 달이었다. 연초에 부스 신청한 부일페와 마우스 북페어, 이 두 행사를 한 달에 두 번 참가해야 하는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작을 내고 싶었던 욕심 많은 창작자였지만 올해는 프리랜서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빠듯하게 받은 외주 일정들을 쳐내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일지옥이었다. 그래서 신작 준비를 못하게 되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행사 순서가 부일페 그리고 마우스 북페어였기 때문에 부일페 준비를 하면서 마우스 북페어 준비까지 전부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행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같이 활동하는 작가님과 행사에서 한 부스를 나눠 쓰는 덕분에 적은 준비로도 풍성하게 부스를 채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척박한 지방에서 마음 맞는 동료 작가를 찾았다는 건 큰 행운임에 분명하다(늘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 준비는 비교적 간단했다. 작년에 뽑은 책이 거의 소진되었기 때문에 2쇄를 소량으로 주문했고, 새로운 일러스트로 뭔가 굿즈는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일러스트를 한 장 완성하고(이런 일러스트는 좋은 포폴이 된다), 그 일러스트와 기존의 그려둔 일러스트 2장으로 포스터를 소량 인쇄했다. 그리고 기존 명함이 좀 딱딱한 느낌이라 이번엔 일러스트작가 느낌이 낭랑하게 느껴지게 한 면에 동화풍 일러스트를 넣어 새 디자인을 해서 주문했다. 나머지는 기존에 만들어 둔 엽서를 챙기는 걸로 마무리했다.


항상 행사를 마무리하고 나면 소진된 체력과 소액으로 번 돈에 비해 신기하게도 충만함이 느껴진다. 내 작가 SNS계정을 초반부터 지켜봐 주신 분, 우연히 독립서점에서 내 책이 이뻐서 집었다가 내용이 좋아 팬이 되었다는 분, 맞팔한 일러스트 작가님, 작년에 책을 미처 사지 못해 아쉬웠다가 이번엔 꼭 사겠다고 책을 구매해 주신 분들. 신기하게도 내 생각과 일상, 작업물을 꾸준히 업로드해서 남긴 나의 디지털 발자국을 보고 응원하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 창작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창작물을 만드는 건 시간과 돈이 꽤 드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늘 내년엔 어떤 책을 만들어볼까, 혹은 어떤 굿즈를 만들어볼까로 기분 좋은 고민을 해본다. 새로운 창작물은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으로 돌아올까? 창작자만이 해볼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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