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새벽 바다는 고요하지 않다

뉴스레터를 시작하다

by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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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창고 일용직을 갔다 온 다음날이면 온몸이 부서지듯 아팠다.


늦은 오전, 아침에 꾸역꾸역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근육이 수축 이완을 할 때마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수술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막 수술한 것처럼 왼쪽 손목엔 생생한 통증이 밀려온다. 관절은 삐걱이고 편두통이 내 머릿속을 헤집는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써야 했다. 당장이라도 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2년 전 나는 나의 직업이었던 그림을 그만 두기로 작정했다. 회사에도 잘리고, 캐릭터 문구 창업에도 실패하고, 그러다가 손목에 결절종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되었다. 불행은 왜 하나만 찾아오지 않을까. 그저 불행 하나인 줄 알고 끄집어 올렸더니 줄줄이 물 위로 엮어 올라왔다. 그 불행들을 겪고 나니 그림이 질려버렸다. 이미 그림 그리기가 즐겁지 않은지 4-5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림 그리는 것에 그 어떤 뿌듯함도 성취감도 행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행위였을 뿐이었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에는 생계가 급했기에 일자리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찾은 일자리가 공공근로였다. 그렇게 나는 1년 동안 공공근로를 다니며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다양한 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는 팬데믹이 만연한 상황이었다. 구청에서는 실내 방역과 사무 보조를, 주민 센터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과 각종 서류를 접수하는 창구에서 일했고, 코로나 콜센터에서 민원 안내를, 그리고 해운대 바다. 그곳에서는 환경 미화를 하는 청소 노동자가 되었다. 공공근로로 방황한 1년이 지난 후에는 다시 그림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이 모든 일을 겪고 1년이 지났을 즈음 혼자서 산책을 하는데 머릿속이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처럼 문장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글을 쓰는 경험이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었고, 이걸 글로 남겨 무얼 하나 싶었기도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해일처럼 끊임없이 문장이 터져 나왔다가 잠잠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나는 이 문장들을 받아써서 세상에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한창 바쁘다가 스마트 스토어 창업을 하기 위해 모든 외주를 끊고 창업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외주 대신 일용직이라도 다녀 집에 생활비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다. 그리고 이 글도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유료 뉴스레터로 발행하기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렇게 창업과 일용직, 유료 뉴스레터를 동시에 시작되었다.


쿠팡에 다녔던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아팠다. 다음 날 뉴스레터를 보내기 위해 일찍 잠들었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 강렬한 에너지가 어디서 터져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피곤한 와중에 문장은 끊임없이 바위에 부딪힌 파도 마냥 철썩철썩 머릿속에 터져 나왔다. 나는 그 문장들을 하나씩 타자를 쳐서 기록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 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맨 손으로 모래를 파서 조금의 물이라도 발견하는 심정으로 문장을 파냈다. 손톱 아래의 여린 살에 모래가 파고드는 고통과 같이 글을 썼어야 했다.


4개월, 나는 약속을 어기지 않고 매주 2000자 내외의 에세이 글과 10컷 내외의 만화를 보내는데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했다. <새벽 바다는 고요하지 않다>라고 제목을 붙인 이 글은 뉴스레터가 되고, 이윽고 책으로도 엮여 독립출판도 하게 되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매번 글을 썼다. 그저 불행한 한 사람의 주절거림이 아닌, 불행을 통해 성장하고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위해 썼다. 특히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수입이 불안정한 프리랜서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한다면 더욱 기쁠 것이다. 당신이 비록 프리랜서가 아니어도 아니어도 조각배를 타며 아슬한 인생을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에서 매일 항해하는 당신의 어느 날, 이 작은 글에서 위로의 한 줄을 발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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