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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스 Apr 13. 2020

[리뷰] 영화 『귀를 기울이면』을 보고

 나를 찾을 수 있게끔 해주는 사람

가까이 있는 것은 작게, 멀리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 법이지.


꿈이 있는 사람의 눈은 빛나기 마련이다. 빛나는 눈은 시시한 것조차 순수하게 만들며 함께 있는 사람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원동력이 되는 사람. 시즈쿠에겐 세이지가 그러했다.

"나도 전엔 밝고 귀여운 애였는데 책을 봐도 예전처럼 설레질 않아. 머릿속에서 누가 항상 현실은 다르다고 말해."

어쩌면 시즈쿠에게 세이지는 동경과 질투를 동시에 자아내는 사람이다. 세이지의 꿈 많음을 보며 세이코는 자신의 꿈 없음을 자책한다. 세이지처럼 근사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시즈쿠 자신도 근사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고, 그 조건은 명확한 꿈이었다.

"간단한 거구나. 나도 하면 되는 거야!"

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발걸음을 옮기느냐 마느냐다. 시즈쿠가 세이지를 통해 느낀 조급함의 발원은 꿈의 유무가 아닌, 바이올린 장인이 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는 세이지의 발걸음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해지려고 마음먹어선 안돼."

이 상황에 직면하면 사람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근사한 상대방에 걸맞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또는 상대방이 너무나도 멋져 나 같은 사람은 안 될 거라고 포기하는 사람. 시즈쿠는 후자의 사람이었다. 하나, 할아버지의 조언과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세이지의 “넌 글에 재주가 있어.”란 말을 기억해내며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그녀의 다짐은 곧 소설로 갈무리된다.

"꼭 훌륭한 바이올린 장인이 될 테니까 나랑 결혼해줄래?"

너를 통해 나를 찾을 수 있게끔 해주는 사람. 끊임없이 북돋아주고, 나조차도 없는 확신을 불어넣어주는 사람. 시즈쿠에게 세이지 같은 사람. 나중엔 곁에 없을지라도, 돌이켜보면 고마움이 느껴지는 사람. 끝으로, 결혼을 약속하는 둘의 모습이 허황으로만 보이지 않는 건 나만의 착각이 아니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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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백예린의 <LaLaLa Love Song> 곡 표지가 떠올랐다.


https://soundcloud.com/eyriej/yerin-la-la-la-love-song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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