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의 끝

by 은수달


우울함의 끝엔 무엇이 남을까.


일과를 마치고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래전, 우울증 때문에 고통의 터널에 갇힌 적이 있다. 나아질 거란 기대도, 삶에 대한 희망도 없었기에 그저 식물인간처럼 숨만 겨우 이어갔다.


몸의 감각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 때 날 붙들고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죄책감이었다.


남들한테 피해 주지 말고 자존심 지키며 살겠다는 고집이 결국엔 날 터널에서 끄집어낸 것이다.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기분이 들면

소파나 침대에 시체처럼 늘어져 드라마를 보거나 멍하니 천정을 바라본다.


괜찮아, 너무 애쓰지 않아도.

일이 뜻대로 안 풀린다고 자책할 필욘 없어.

넌 너대로니까.

언젠가 실낱 같은 희망이 널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할 테니까.


그냥 조금만 쉬어가렴.

무릎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달리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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