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끝자락

by 은수달


"봄봄봄~봄이 왔어요."


봄에 관련된 노래, 특히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여기저기서 들리면 비로소 봄이 온 사실을 실감한다.


하지만 벚꽃도 지고 가로수가 초록빛으로 물드는 걸 보니 봄도 어느새 끝무렵인 것 같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꽃가루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곧이어 여름이 다가옴을 온몸으로 알리고 있다. 때 이른 폭우와 번개는 지구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암시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병가를 내고 여유로운 평일을 즐기고 있다. 재택근무를 병행하면서도 마음은 늘 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 새로 맡은 일 때문에 더욱 분주해졌다.


날씨가 화창하면 오히려 우울감이 심해진다. 이토록 좋은 날씨에 회사일, 집안일 걱정해야 하는 내 신세가 안타까워서이다.


그래도 가방을 메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커피 방앗간으로 향한다. 날이 더워지고 영업시간이 바뀌면서 낮 시간에도 붐벼 자리가 없다. 오늘은 운이 좋은지 창가 자리가 남아 있다.



몇 달 전, 같은 자리에서 작업을 하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앞을 지나가던 사장님(구 대표님)과 눈이 마주쳤다. 예전에 수업도 듣고 워크숍에도 참여한 덕분인지 가끔 매장을 방문하는데도 내 얼굴을 기억하고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넨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서 낡고 살짝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건 아닐까. 건물도, 사물도 사람의 손때가 묻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비록 꽃은 사라졌지만, 꽃이 핀 자리는 남아 있는 것처럼.


봄의 끝자락을 애써 붙들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며 덤덤하게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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