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얼룩 3화 개인의 우화

by 은수달


지금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기억 중 대부분은 '진정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혹은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 아니었거나 왜곡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우리의 뇌는 어떤 반응을 할까. 정확히 말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엄마는 제이를 유학 보내고 난 뒤 아버지랑 곧바로 이혼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남매의 양육비를 분담하기엔 엄마의 경제력이 한참 부족했다. 난 살림에 조금이라도 손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점점 더 무난한 아들이 되어갔다. 그래도 난 여전히 엄마의 성에 차지 않는 아들이었고, 엄마는 그 한을 사촌동생을 통해 풀었다.


사촌동생 이한은 명석한 두뇌에 붙임성을 가진 성격, 건강한 신체까지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는 녀석이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평발이라는 것. 하지만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을 테니 없는 셈 치자. 그에 비해 난 허점투성이다. 고르지 못한 치열과 까다로운 식성, 은근 소심한 성격과 철마다 괴롭히는 비염.


"네가 뭐가 부족해서... 남들 다 하는 취업도, 결혼도 제때 못하니?"

"부족한 것 많잖아요."

엄마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엄마의 동공이 점차 커지다 긴 한숨으로 바뀌는 것도.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을 거라고 자부하던 엄마는 내가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자 본인의 운을 닮아서 그런 거라며, 어울리지 않게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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