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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수와 에프킬라가 만났을 때 19화

19. 공모

by 은수달


난 그 점이 늘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그 아래로 이어질 이차선의 선을 알리는 점, 그 안에 숨겨져 있을 삼차원의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점, 그러나 더는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상상하게 만드는 점, 도입부만, 아주 슬쩍만 드러내는 점.


-장류진 소설집, <연수>



에프킬라의 목덜미엔 큰 점이 하나 있다. 팔에도 진한 점이 세 개나 있어서 하나로 이으면 별자리 같았다.


"나중에 잃어버려도 점 세 개 찾으면 되겠다."

"점돌이 찾아주세요~이렇게 하려고?"

"점 세 개를 가진, 사십 대 중에서 가장 귀여운 남성을 찾습니다."


오늘의 화두는 바로 '점'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신체적 특징을 찾아내 대화 소재나 안주거리로 삼곤 했다.



금요일 저녁, 티라미수는 혼자 카페를 찾았다.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은 장류진 소설집 <연수>였다. 현실적이면서도 풍자가 적절히 섞여 있어서 잘 읽혔다.


사이드미러의 각도는 지평선이 아래위를 정확히 반으로 가르게끔 조정. 절대 사이드미러에 시선을 오래 두지 말 것. 힐끗, 봤을 때 뒤차의 차체가 지붕부터 바퀴까지 온전히 다 보인다면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어 있다는 뜻. 그때 액셀을 세게 밟아 속도를 높이면서 핸들을 쓱 꺾어 들어가면 차선 변경 끝. (장류진, 연수, 23쪽)


티라미수에게도 에프킬라에게도 초보 시절은 있었다. 에프킬라는 타고난 감각으로 운전을 금방 익혔고, 티라미수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초보 시절을 무난하게 넘겼다. 지금은 웬만한 상황은 예측이 가능한, 베스트 드라이버로 거듭났다.


"어, 저기..."

에프킬라가 차에 시동을 걸고 움직이려는 순간, 골목에서 자전거 한 대가 튀어나왔다. 옆자리에 동승한 티라미수가 먼저 발견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역시 자전거랑 오토바이가 제일 위험해."

"맞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나타나지."


평소엔 서로 다른 성격과 취향 때문에 종종 다투지만, 드라이브를 할 때면 한 마음이 되었다. 그리고 매너를 지키지 않는 도로 위의 무법자들을 향해 마음껏 비난하고 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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