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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증명

by 은수달


나다운 게 뭘까?
나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개별적인 존재를 명확하게 증명한다는 게 가능할까?

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을 읽으며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유명했지만 이제야 이 소설을 읽는 이유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라는 책의 구절이 와닿는다. 행복과 고통을 느끼는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때론 어디까지가 고통이자 기쁨인지 구분하기 힘들 때도 있다. 창작은 고통이지만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기쁨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해 괴롭지만 마침내 얻었을 때(얻었다고 믿었을 때)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것처럼.

수달은 증명한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 혹은 비난을 통해. 근거 없는 비난일지라도 흔적은 남는다.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브런치 글도 다듬는다. 독자와의 약속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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