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행한 과거는 전남친이다

by 은수달


"언제까지 불행했던 과거에 발목 잡혀서 현재랑 비교하거나 힘들어할 거니?"

"일부러 생각하려고 한 건 아닌데 문득 떠올라."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과거가 무의식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현재를 자꾸 상기하며 위로받는 건 그만큼 과거의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했을지도 모르지."

"보상 심리가 나쁜 걸까?"

"나쁘다기보단 그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현실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쓰일수도 있으니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스스로를 반쯤 포기한 채 허비한(?) 과거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거기다 저렴하게 제공되는 각종 도파민을 안정제 삼아 현실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견디라고 강요받는다.


"불행한 과거에 대한 기억을 떨쳐내기 힘들다면, 그걸 안 좋게 헤어진 전남친 혹은 전여친이라고 생각해 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제멋대로 굴거나 괴롭히는 존재를 합리화하며 곁에 붙잡아두려는 심리랑 비슷한 걸까?"


"맞아. 내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떨쳐내지 못하지. 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은 일부러라도 멀리하려고 노력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그들은 삶의 방향성에 대해 제법 진지한 얘기를 나누며 삶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재고해 보았다. 그리고 글쓰기야말로 현재의 나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달의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