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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보내는 방법

by 은수달

"출근 안 해서 그런지 평소랑 비슷하게 자는데도 안 피곤해요."

출근하는 날엔 긴장해서 그런지 깊이 잠들지 못하고 피로가 누적된다. 그러다 일주일에 한두 번 기절하듯 숙면에 빠진다.

"그냥 잠이 잘 오는 게 아니라 바닥이 날 끌어당기는 기분이 들어. 언제쯤 깰지 고민하다 더 자면 피곤할 것 같아서 일어나곤 해."

이번 연휴가 이례적으로 길어서 그런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부터 혼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까지 제각각이다. 나 역시 일정이 연달아 잡히긴 했지만,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미뤄둔 집안일을 하고 평소처럼 책도 읽으면서 휴일 오전을 보냈다. 견조카 당번이라 회사에 잠시 들러 산책하고 밥도 챙겨주었다. 녀석은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는지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점심을 먹으려고 근처 돼지국밥 가게에 들렀는데, 매장이 가득 차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오늘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남들 쉬는 공휴일이나 주말에 근무해 본 적 있어서 그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효도 투어를 다녀온 날엔 같은 지역인데도 시외에 다녀온 것처럼 피곤했다. 말 안 듣는 가족들을 데리고 점심 한 끼 먹는 일, 소소한 심부름을 하거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일 등등. 그래도 이번엔 둘째 조카만 케어해서 한결 수월했다.

점심 먹고 오랜만에 백화점으로 향했다. 상품권을 선물 받아서 향수라도 사려고 했는데, 가격을 본 순간 저절로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대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얼마나 여유롭고 이상적인 휴일인가. 그동안 업무 처리하느라 쌓인 피로도 풀고, 독서와 글쓰기도 틈틈이 하면서 연휴를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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