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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E가족입니다

by 은수달


"아빠, 쿠팡에서 사자."

"안돼. 쿠팡은 너무 비싸. 알*에서 같은 제품 찾아봐."


나의 가족은 큰 조카 빼고 다 E이다. 그래서 명절이나 휴가 때는 반드시 뭉쳐야 하고, 여건이 된다면 여행도 간다.


이번엔 제주도 조카님들이 바빠서 골키퍼 둘째 조카만 대표로 왔다. 식사 자리에서 어떤 깃발을 살지 의논하느라 바쁜 두 남자는 축구 애호가이다.


"배불러요."

"그래도 고기는 다 먹어야지."


밥은 남겨도 고기나 회는 남기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가족의 불문율이다. 입이 짧은 둘째 조카는 얼마 먹지 않았는데 배부르다고 한다. 그래서 고기를 작게 잘라 접시에 놓아주니 잘 먹는다.


식사를 마친 후, 한 팀은 차로 이동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산책할 겸 걷는다. 야경이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대기 바쁘다. 외숙모도 한 컷 찍어주고, 선착장이 운치 있어서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조카들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모처럼 여유로운 명절을 보내고 있다.


엄마의 인터넷 쇼핑을 도와주고 다과를 준비하는 건 여전히 내 몫이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조카를 보고 있으니 세월의 변화가 실감 났다. 뒤늦게 생일파티를 하면서 가족들이 별 탈 없이 지내길 기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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