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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사주는 거래처 보스

by 은수달


[거래처 보스가 울 보스보다 편한 건 안 비밀 ㅎㅎ]


오늘 오전, 친분 있는 업체 사장님이 회사에 방문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나한테도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거기다 운전까지 직접 해주신단다.


앞에 앉은 두 분이 대화를 나누었고, 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관공서나 업체 직원들을 상대할 일이 많다 보니 분위기 파악이 빠르고 리액션이 좋은 편이다.


"주식도 금도 제대로 공부하고 시작해야죠. 그래야 본전이라도 보는 것 같아요."

"맞아요. 잘 모르면서 남의 말 듣고 시작하면 대부분 잃더라고요."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져 중간이 없는 것 같아요. 제조업도 부동산도 경기가 안 좋아서 재미가 없네요."


푸짐하게 나오는 한정식을 주문한 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건 거래처 사장님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반찬이 깔끔하고 맛있다며 배불리 먹었다.


"요즘에도 골프 치러 가세요?"

"허리가 안 좋아서 못 간 지 오래됐어요. 수술받은 지 일 년이나 지났는데 한 번씩 통증이 있어서 치료받고 있어요."

"수술받았으면 안 아파야 할 텐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쓰러진 뒤에 회복이 덜 되었는지 예전 같지 않네요."


작년 이맘때, 업체 사장님은 현장에서 쓰러져 한 달 넘게 입원한 적이 있다. 며칠 동안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실로 옮겼지만, 거동도 불편하고 말도 어눌했다고 한다. 병실에 누워 지내는 동안 업무가 마비되었을 뿐 아니라 병원비도 제법 들었다.


년 전에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 동거 중인 거래처 보스는 가끔 아들이 해주는 요리를 먹고 딸한테 반찬을 얻어먹는다고 했다. 낙천적인 성격에 골프를 즐겼지만, 사고 이후 겁이 많아졌단다. 아프면 이래저래 손해가 크다며 건강 잘 지키라고 신신당부했다.


어쨌든 오랜 세월 알고 지내면서 가끔 식사도 같이 하고 서로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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