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문자도 안 되고 다른 앱도 실행이 안 되네."
어느 저녁, 집에서 쉬고 있는데 사장님한테 다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낮에 대리점에 가서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했는데, 그 뒤로 먹통이라 기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하지만 나도 전문가는 아니라 대리점을 방문해 볼 것을 권했다.
요즘 나오는 휴대폰은 아무리 잘 써도 수명이 5년을 넘기지 못한다. 배터리가 빨리 닳거나 속도가 느려지거나. 결국 5년마다 한 번씩 교체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본인인증부터 로그인 등 해야 할 일들이 수두룩하다. 나름 잘 쓰던 기기를 어쩔 수 없이 바꿨는데,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제대로 쓸 수조차 없었으니 사장님 입장에선 답답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우선 중요한 앱부터 해보자."
"그럼 카카오톡부터 연결해야겠네요."
첫 번째 장벽, 카카오톡. 다행히 아이디랑 비번을 메모해 둬서 본인인증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문제는 이전 데이터를 복원하려는데, 기존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백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대화 내용이 엄청난데요. 9년 전부터 그대로 있어요. 우선 '대화상대 없음'부터 지워볼게요."
하지만 직원이 아무리 열심히 지워도 소용없었다.
"그냥 톡서랍 결제하는 게 빠를 것 같은데요."
마지막 수단을 이용하자 결국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Unsplash의 Rodion Kutsaiev
두 번째 장벽, 스마트뱅킹. 본인인증 과정에서 실물 신분증을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보안 때문에 그런가 봐요. 직접 은행 가야 할 것 같아요."
예상 못한 상황에 부딪쳤지만, 해결책은 있으니까. 사장님을 모시고 가까운 은행으로 향했다. 하지만 은행에서도 몇 가지 절차를 거친 후에 스마트뱅킹 로그인이 가능했다.
"휴대폰 한 번 바꾸니까 일이 너무 많네.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최신 기종을 구입했는데 실제로 느끼는 변화가 크지 않은 데다 초반부터 애를 먹었으니 그렇게 여길 수밖에. 나도 예전에 기기 변경을 한 뒤 자주 듣는 음악 어플에 로그인이 되지 않아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해서 해결한 적이 있다. 모르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수수께끼 같은 휴대전화를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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